[사설] 이웃의 적극적 신고가 아동학대 막는다

입력 2016-08-14 18:35
최근 잇따르는 아동학대·살해 사건은 경제 성장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우리 사회의 참담한 민낯이다. 아동학대 사건 가해자 대부분은 친부모나 친척들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지난 3월 일곱 살 아이를 친부와 계모가 잔인하게 학대해 숨지게 한 ‘원영이 사건’에서부터 지난 2일에는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햄버거를 먹고 난 뒤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다 쓰러져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상습적으로 딸을 때려온 엄마였다. 10일에는 지적장애를 가진 20대 이모가 세 살짜리 조카를 폭행과 학대 끝에 숨지게 했다. 아동 학대·살해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그동안 처벌 수위가 너무 낮은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이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아동사망 사건 판결을 분석한 결과 10건 중 4건이 징역 3년 미만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법정형을 받게 돼 있지만 친부모가 가해자인 경우 친자식을 잃은 심적 고통 등을 이유로 감형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아동학대 가해자의 75%가 친부모였다. 생활고 등도 한 원인일 수 있지만 빈곤층이 아닌 가정에서도 아동학대가 빈발하고 있다. 자녀를 독립적 개인이 아니라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는 시대착오적 관념이 근본 원인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경찰·보육교사 등에 대한 교육 강화 등도 중요하지만 이웃을 비롯한 시민사회가 아동학대를 ‘남의 집 일’로 여기지 않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해 14일 조카를 학대하다 살해한 이모에 대한 현장검증에서 한 주민은 “사건 전 어린이의 두 눈두덩이 주변이 새까맣게 멍들어 있어 이상했는데 보호자가 엄마로 보여 신고하지 않았다. 후회스럽다”고 했다고 한다.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신고하는 게 진정한 시민정신이다. 어린이들의 생사가 걸린 문제에서 침묵하는 것은 죄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