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유모(9)군은 얼마 전 열이 38도 넘게 올라가면서 머리가 심하게 아팠다. 부모는 단순 감기로 생각해 약을 먹였지만 며칠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자 병원을 찾았고,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여름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바이러스 뇌수막염의 절반 가까이가 8∼9월 집중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10명 중 6명은 10살 미만 어린이였다.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11∼2015년)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바이러스 뇌수막염 환자 1만6180명 중 48.2%(7796명)가 8∼9월에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연령별로는 10세 미만이 59.2%로 가장 많았고 10대(17%) 30대(8.1%) 20대(6.3%) 순이었다.
바이러스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둘러싼 뇌수막에 바이러스가 침투해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감염된 사람의 침이나 콧물, 가래, 분변에 접촉하거나 오염된 물품을 통해 전파된다. 초기엔 발열, 두통 같은 증상을 보여 감기와 착각하기 쉽다. 목이 뻣뻣한 느낌이나 구토 증세가 동반되기도 한다. 건강한 사람은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되지만 면역력 약한 영·유아나 노인의 경우 드물게 뇌부종, 뇌경색, 뇌출혈 같은 합병증이 발생한다.
심평원 하상미 상근심사위원은 “국가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된 ‘세균성 뇌수막염’과 달리 바이러스 뇌수막염은 별도 예방접종이 없어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고열에 두통 여름 감기인줄 알았는데… 바이러스 뇌수막염 주의하세요
입력 2016-08-14 1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