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이슬람 성직자 2명 피살… 무슬림 발칵

입력 2016-08-14 18:28
미국 뉴욕 퀸즈타운에서 13일 낮(현지시간) 마우라마 아콘지를 비롯한 이슬람교 성직자(이맘) 2명이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 총격 살해된 뒤 현지 이슬람교도들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 사건을 이슬람을 혐오하는 증오범죄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고 외쳤다. 오른쪽 아래 작은 사진은 아콘지의 생전 모습. AP뉴시스

뉴욕에서 이슬람 성직자 2명이 예배를 마친 뒤 사원을 나서다 피살됐다. 신도들은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가 낳은 ‘증오범죄’라며 “도널드 트럼프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그러나 “특정 종교를 겨냥한 범죄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뉴욕 데일리뉴스는 13일 오후 1시55분쯤(현지시간) 뉴욕시 퀸즈타운 79번가 오존 파크에서 인근의 이슬람 사원을 나서던 성직자 마우라마 아콘지(55)와 그의 측근 타라 우딘(65)이 머리에 총격을 받고 쓰러졌다고 뉴욕경찰과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콘지는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우딘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아콘지는 2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맘’(이슬람 성직자)으로 성품이 온화해 주변으로부터 존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자녀를 둔 그는 특히 열흘 후면 고향인 방글라데시에서 열릴 예정인 아들의 결혼식 참석을 앞두고 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달아난 범인이 마른 체격의 히스패닉이며 짙푸른 상의와 반바지 차림으로 아콘지와 우딘의 뒤에서 달려와 말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주변 CCTV에 찍힌 모습과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범인을 쫓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 이슬람교도들은 “백주대로에 총으로 뒤에서 머리를 쏜 범죄는 처음 본다”며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 카이룰 이슬람(33)은 “이슬라모포비아를 퍼뜨린 트럼프가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교도 300여명은 이날 늦게까지 거리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슬람 성직자들은 인근 사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건은 증오 범죄”라고 규탄했다.

그러나 뉴욕경찰은 “아직 범행동기가 무엇인지 단정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아콘지가 소속된 이슬람 사원에서 최근 수년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는 데다 희생된 사람 중 한 명이 수백 달러의 현금을 갖고 있어서 실패한 강도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