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부부 “작년 40억 납세”… 공개 거부한 트럼프 공개 압박

입력 2016-08-14 18:30

민주당의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15년도 납세실적을 공개했다. 클린턴 부부는 1060만 달러(약 118억원)를 벌어 360만 달러(약 40억원)의 세금을 냈다고 밝혔다. 수익원의 대부분은 강연료와 자서전 인세, 자문료였다. 선거운동을 하느라 수입이 전년도의 40% 수준으로 줄었지만 일반인들은 상상도 못 할 천문학적인 수익을 ‘말’로 벌어들였다.

클린턴이 논란을 무릅쓰고 납세 자료를 공개한 것은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압박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자신의 재산이 100억 달러(약 11조원)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를 공개한 적은 없다. 트럼프는 당내 안팎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의 조사를 이유로 납세자료 공개도 거부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클린턴 캠프에 따르면 클린턴 부부가 국세청에 신고한 2015년도 소득은 모두 1060만 달러였다. 소득의 절반 이상이 강연료 수입으로 550만 달러(약 61억원)에 달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강연료가 440만 달러였고, 힐러리 클린턴의 강연료는 110만 달러였다.

클린턴 부부의 기부금은 104만 달러로 전체 소득의 9.8%에 달했지만 대부분(100만 달러)이 가족 소유의 클린턴재단으로 흘러들어갔다.

클린턴 부부가 낸 세금은 360만 달러로 경비를 공제한 실질세율은 34.2%에 달한다고 클린턴 캠프는 설명했다. 주세와 지방세를 합치면 세율이 43.2%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세금을 많이 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팀 케인 상원의원도 납세 실적을 공개했다.

클린턴 캠프의 제니퍼 팔미에리 홍보팀장은 “지난 40년간 대선후보가 납세 자료를 공개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트럼프는 무엇을 숨기려고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가”라고 트럼프 측을 압박했다.

트럼프가 납세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세금을 아예 내지 않았거나 부풀린 재산의 실체가 드러날까 봐 두렵기 때문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클린턴의 납세자료 공개는 이메일 논란을 피하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수법”이라며 “클린턴이 삭제한 3만개 이메일이나 공개하라”고 응수했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도 트럼프와 함께 납세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펜스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납세자료 공개를 시사했다. 펜스가 납세 자료를 공개할 경우 트럼프와 또 한 번 갈등을 빚게 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