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울어버린 손흥민

입력 2016-08-14 18:00 수정 2016-08-14 18:18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이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전에서 0대 1로 패배한 뒤 그라운드에 엎드려 오열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은 경기종료 호각이 울리자 주심에게 달려갔다. 눈을 부릅뜨고 두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목에 핏대가 설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약한 충돌로 쓰러진 상대선수가 바닥을 뒹굴면서 끌었던 시간을 추가시간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주심의 판단에 대한 항의였다. 하지만 주심은 이를 외면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결과가 뒤집힐 리는 없었다. 이미 전광판의 시계는 멈춰 있었다. 손흥민은 그대로 바닥에 엎드려 오열했다. 굵은 눈물방울이 잔디로 뚝뚝 떨어졌다. 2년2개월 전에도 그랬다.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울면서 떠났던 브라질이었다. 두 번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찾아온 브라질에서 손흥민은 다시 눈물을 쏟았다.

신태용(46) 감독이 지휘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13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에서 온두라스에 0대 1로 졌다. 멕시코 독일 피지와 경쟁한 조별리그 C조를 1위(2승1무·12득점 3실점)로 통과했지만 정작 토너먼트 라운드 첫 판에서 골 러시를 이어가지 못하고 탈락했다.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은 무산됐다.

한국은 황희찬(20·잘츠부르크)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손흥민 류승우(23·레버쿠젠) 문창진(23·포항) 권창훈(22·수원) 박용우(23·서울)를 후방에 공격진으로 구성한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사실상 4-1-4-1에 가까운 공격적 포메이션이었다. 그렇게 적진을 종횡무진 휘저으면서 골문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한국은 공 점유율에서 64%로 온두라스(36%)를 압도했다. 모두 16개의 슛 가운데 7개를 골문 안으로 노려 찼다. 온두라스의 슛은 6개, 유효 슛은 4개뿐이었다. 프리킥 25대 8, 코너킥 9대 4로 한국이 절대우세였다.

반면 온두라스는 수비수 3명이 풀백 2명과 협력한 ‘5백(5 Back)’으로 강한 압박수비를 전개하면서 역습을 노렸다. 바짝 움츠려 공격 기회를 엿보다가 공의 방향이 바뀌면 최전방 공격수 로자노 안토니(23·CD올림피아)가 풀백 2명과 함께 우리 진영을 파고들었다. 온두라스를 지휘한 호르헤 루이스 핀투(64·콜롬비아) 감독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를 8강으로 이끌었던 전술이었다.

공수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손흥민, 조별리그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골을 넣어 해결사 역할을 했던 권창훈, 후반전에 투입된 석현준(25·FC포르투) 모두 골문을 열지 못했다. 수비수만 최소 5명, 많게는 안토니를 제외한 10명이 배수의 진을 친 온두라스 골문 앞에서 한국의 짧은 패스워크는 무기력했다.

한국은 결국 온두라스의 역습 한방에 무너졌다. 온두라스 왼쪽 미드필더 알베르트 앨리스(20·CD올림피아)는 후반 14분 한국 진영을 드리블로 돌파한 뒤 오른발 슛으로 골문 왼쪽을 열었다. 신태용호의 최대 약점이었던 허술한 중앙수비는 이 역습 한 방으로 무너졌다.

앨리스는 경기종료를 앞두고 공을 끌어안으며 우리 수비수 심상민(23·이랜드)을 도발해 옐로카드까지 끌어냈다. 심상민에게 공을 내주는 과정에서 세게 밀렸다는 듯 쓰러져 일어서지 않았다. 앨리스는 바닥을 구르며 시간을 끌었다. 한국이 부족한 골 결정력으로 자초한 온두라스의 ‘침대축구’였다. 후반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3분보다 앨리스가 더 긴 시간을 끌었지만 추가시간보다 1분을 더 부여한 주심의 판단 역시 아쉬웠다.

4강에 진출한 온두라스는 개최국 브라질과 오는 17일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대결한다. 독일과 나이지리아는 같은 날 상파울루 코리안치스 경기장에서 4강전을 갖는다.



글=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