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상태에서 암 진단을 받는다면 치료를 위해 태아를 포기해야 할까? 답은 ‘꼭 그렇지는 않다’이다. 산모와 태아를 모두 살리는 길이 있고, 그 길을 찾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박동수(비뇨기과), 장지현(산부인과) 교수팀이 임신 17주차에 신장암 진단을 받은 김모(28·서울)씨를 대상으로 신장 부분절제 수술을 시도해 산모와 태아를 모두 살리는데 성공했다.
박 교수는 15일 “환자가 임신부라는 점을 감안해 신장 혈류를 차단한 상태에서 얼음으로 신장 온도를 낮춘 후, 신장을 절제하는 저온 신장 부분절제 수술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수술 시 겪을 수 있는 출혈과 소변이 신장 밖으로 새는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였다.
신장 부분절제술이란 신장 내 종양을 중심으로 신장의 정상부위 일부를 포함한 부분을 절제한 뒤, 남아있는 신장을 재건하는 수술법이다. 신장 기능저하와 임신 중독증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신장암 진단을 받았으나 향후 수술 후유증, 태아 건강 손상 우려 등 이유로 치료시기를 늦추는 임신부들에게 도움이 된다.
박 교수는 “임신 중 암 진단을 받았을 때 치료를 출산 이후로 미루면 산모는 물론 태아에게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임산부 암 수술 성공… “아기 포기하지 마세요”
입력 2016-08-16 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