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정상기] 한·중의 知覺과 착각

입력 2016-08-14 18:37

사드 배치는 북한 핵 위협 하에서 한국 정부가 취한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발 및 중국 관영 매체들의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간혹 일부 학자들이 나름대로 대안을 제시하기고 하고, 일부에서는 한국을 계속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동안 중국의 태도로 보아 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한·중이 가장 크게 반성할 점은 무엇보다 그동안 양국이 문화면의 공통점만 강조했지 상대 측 입장에서 상대가 무엇을 중시하고 있는지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인의 북한에 대한 공포감이나 중국인의 대미 불신감을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과연 중국인들은 끊임없이 북한 위협에 시달리는 한국인들의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이해할 수 있을까? 또는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았을까? 한국도 마찬가지다. 중국 역시 과거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를 경험한 까닭에 안보에 대한 우려가 생각보다 심하다. 특히 안보 면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은 매우 크다.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의 충돌이나 달라이 라마의 행보, 대만의 독립지향 외교, 최근 남중국해에 대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 판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의 배후에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포위 전략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에게는 북한의 도발을 막아줄 유일한 동맹이 미국이지만 중국에는 안보를 위해하는 모든 요소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미동맹 강화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중국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식학파의 대부 로버트 저비스 교수는 명저인 ‘지각과 착각(Perception and Misperception)’에서 국가 간 상호 부정확한 정보나 압박감, 편견에 의한 정책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는 정책결정자들이 어떻게 역사적인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스스로 이것을 신념화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과 같은 흔한 착각에 빠지는지를 각종 사례를 들어 입증하려 하였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향후 중국 지도자들도 한·미동맹에 따른 각종 대북 군사적 조치를 대중국 포위망 구축의 일환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다. 한국 또한 중국의 각종 움직임들을 북한정권 편들기 차원에서 인식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착각에 의한 인식이 고착화되어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면 안 된다. 양국 간에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통의 비전과 목표 수립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고위급 전략대화 개최가 시급하다. 현재 양국의 갈등은 상호 비전과 목표가 상이함을 서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중국을 통하면 북핵 저지나 북한의 도발 억제가 가능할 것으로 믿었고, 중국 역시 한·미동맹의 약화를 기대하면서 한국과의 관계증진에 부심해왔다. 그동안 상대의 비전과 목표, 국가적 우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민감한 안보문제에 봉착하자 상호불신과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북한을 의식하여 한반도의 통일이나 장래 문제를 논의하기를 회피했지만 수교 25주년의 역사 앞에서 양국은 어떤 이슈든 토론이 가능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안정이라는 명목 아래 북핵 해결보다는 북한 정권의 안정과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더 중시해왔다. 그러나 중국도 이제는 풍요로운 한국이나 통일한국이 북한보다 몇 배 큰 전략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또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동맹 강화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우려 해소를 위해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

정상기 건국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