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대표 “롯데콘서트홀을 삶의 여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입력 2016-08-14 18:57 수정 2016-08-14 20:53
한광규 롯데문화재단 대표가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개관까지의 과정이 평탄하지는 않았지만 차근차근 고비를 넘어 왔다. 앞으로 롯데콘서트홀이 한국 클래식계에 새로운 공연문화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솔직히 제가 클래식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 클래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생각입니다.”

한광규(58) 롯데문화재단 대표가 19일 예정된 롯데콘서트홀 개관을 앞두고 12일 국민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3월 취임한 한 대표는 대홍기획 출신으로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김의준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직으로 어수선한 롯데콘서트홀의 수장을 맡아 개관을 준비해 왔다.

한 대표는 “롯데콘서트홀의 음향은 국내 최고라는 자신감이 있다. 상당기간 정기적으로 음향 점검을 받을 예정”이라며 “공연장의 운영 부분에 있어서는 제반 시스템이 많이 늦어진 것을 부인하지 않겠다. 앞으로 적극적인 홍보 및 마케팅을 통해 놓쳤던 부분들을 극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콘서트홀은 그동안 실무자들의 잦은 사직, 뒤늦은 홈페이지 오픈과 티켓 판매 등으로 개관을 앞두고 붐업을 조성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클래식 팬들 사이에 롯데콘서트홀에 대한 신뢰가 아직 높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개관 이후 충실한 운영을 하면 그리 머지 않은 시기에 롯데콘서트홀에 대해 충성도 높은 관객들이 생겨날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롯데콘서트홀은 당초 18일 각계 인사 등을 초청해 개관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그룹 사정을 고려해 무기 연기했다. 대신 19일 일반 공연부터는 계획대로 진행한다. 그는 “현재 그룹 상황으로는 잔치를 벌일 수 없지 않은가. 비록 잔치는 하지 않지만 공연장 운영 자체에는 어떤 피해도 없다”고 설명했다.

클래식계에서는 그동안 메세나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롯데그룹이 롯데콘서트홀을 지속적으로 지원할지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적자가 계속되면 나중에 K팝 공연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그는 “롯데그룹이 롯데콘서트홀 지원에 대해 장기적인 플랜까지 짜놓은 상태다. 당장 내년만 하더라도 공연사업비 80억원을 포함한 공연장 운영비 150억원이 책정돼 있다”면서 “11월 20일 정도에 내년 프로그램을 발표할 예정인데, 잠깐 귀띔하자면 55개 공연이 선보여질 계획이다”고 밝혔다.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선보인 콘서트 버전, 피아니스트 조성진 리사이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롯데콘서트홀이 추구하는 ‘새로운 공연 문화’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흔히 15∼20분 정도인 인터미션(중간 휴식시간)을 30∼40분으로 늘리는 방안이다.

그는 “롯데콘서트홀이 단순히 공연만 보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작지만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서 “관객들이 저녁 8시 공연에 맞춰 밥도 먹지 못한 채 급하게 달려오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 공연장처럼 인터미션 시간에 좀 느긋하게 음료를 즐기거나 요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다. 시험공연 때 인터미션 시간을 30분으로 늘려 봤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우리 콘서트홀의 경우 몰과 근접해 있어서 조건이 매우 좋다”고 밝혔다. 이어 “로비와 테라스를 활용해 다양한 이벤트도 벌이는 등 관객이 우리 콘서트홀을 좀더 가깝게 느끼도록 만들겠다. 여기에 점심시간을 활용한 파이프오르간 투어와 낮 시간에 예정된 다양한 렉처 콘서트 등으로 클래식에 대한 벽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