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임선혜 “사라지는 우리 가곡… 성악가로서 반성 중”

입력 2016-08-14 18:52 수정 2016-08-14 21:11
평창대관령음악제 제공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예술가곡이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요. 한국에서 가곡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성악가로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고(古)음악계 디바’로 불리는 소프라노 임선혜(40·사진)가 오는 27일 경기도 수원에서 ‘한국 가곡의 향연’이라는 독창회를 갖는다. 그가 시에 선율을 붙인 가곡으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한 리사이틀을 국내에서 여는 것은 처음이다. 해외에서는 2011년 스위스 프루브르 가곡 페스티벌에서 한국 가곡 리사이틀을 가진 바 있다. 당시 페스티벌이 10회를 맞아 초청한 성악가들에게 모국의 가곡을 불러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당시 유럽 언론이 ‘한국에도 예술가곡이 존재하냐’고 물어왔다”면서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나도 그들도, 내가 얼마나 그들의 음악을 잘 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한국의 음악을 알리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크게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처음엔 관객들이 얼마나 한국 가곡을 이해할까 걱정을 했지만 가사를 번역해서 줬더니 내용을 이해하고는 환호를 보냈다”며 “이후 국내외에서 리사이틀을 열 때 가능하면 1곡 이상 한국 가곡을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그는 지난 7월 평창대관령축제에서도 조지훈의 시에 윤이상이 곡을 붙인 ‘고풍의상’과 안정준이 지은 ‘아리아리랑’을 불렀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독일 가곡을 잘 불렀다. 국내 슈베르트 콩쿠르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초대된 국제 슈베르트 콩쿠르에서 여자부 2위, 청중상을 받았다. 최근 유럽에서 특기인 고음악 외에 예술가곡에 탁월한 성악가로 자주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에서 헬무트 도이치와 함께 슈베르트·말러·리하르트 슈투라우스 등의 독일어권 작곡가와 로드리고·구아스타비노 등 스페인어권 작곡가의 가곡들을 선보였던 그는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다시 한번 비슷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환호를 받은 바 였다. 10월에는 서울에서 랄프 고토니가 지휘하는 오푸스 앙상블과 함께 이탈리아 작곡가 휴고 볼프의 가곡 전곡으로 구성한 콘서트에 나선다. 내년에는 독일계 체코 작곡가 어빈 슐호프의 가곡 전곡을 녹음하는 음반 작업을 한다.

그는 “한국 가곡 음반도 녹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가곡은 원래 성악가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도 충분히 부를 수 있도록 작곡된 것인 만큼 앞으로 많이 불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