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10억엔(약 108억원)을 신속히 내겠다고 밝힘에 따라 이르면 이달 안에 예산 출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한국의 광복절, 일본의 종전기념일(패전일)인 오는 15일 이전에 출연될지 관심이 쏠렸으나 시간이 촉박해 성사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면 재단은 이사회를 열어 구체적인 사용처 등을 논의한다. 우리 정부가 누차 밝힌 대로 출연금의 절대 다수는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에게 직접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원 대상 선정 등 절차에 상당 시간이 소요돼 본격적인 사업 시작 시기는 불투명하다.
출연금의 사용처에 대해선 한·일 양국 간 미묘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NHK방송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 후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지원사업과 관련해선 대체적으로 합의를 이뤘다”면서도 “의료·복지 쪽에 충당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정부 당국자는 “말 그대로 기시다 외무상의 예상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시다 외무상의 발언은 1990년대 시도됐다 실패로 끝난 아시아여성기금의 사례를 연상케 한다. 당시 일본 측은 국민모금으로 조성한 기금으로 피해자 ‘위로금’을 전달했으며 정부 자금은 피해자의 의료·복지 사업에 한정한 바 있다. 피해자에 대한 현금 지급이 자칫 법적 책임에 따른 ‘배상금’으로 비쳐질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한국 측이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본 측은 65년 청구권협정을 근거로 이 돈이 ‘배상금’으로 여겨지지 않도록 고려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한·일 양측이 출연금 사용처를 한정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서울 중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의 이전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합의에 따라 소녀상 문제의 적절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한국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윤 장관이 (통화에서) ‘한·일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했으니 적절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 측은 일단 소녀상 이전과 무관하게 10억엔을 출연키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합의 이행’이란 명분으로 소녀상을 이전토록 우리 측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 정부는 “소녀상 이전은 민간이 결정할 일”이라는 입장이어서 갈등의 소지가 없지 않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위안부 출연금’ 대부분 피해자·유족에 직접 지급될 듯
입력 2016-08-12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