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면 최소화’ 고수… CJ 이재현 예외 왜?

입력 2016-08-13 04:06

정부가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내세운 핵심 기조는 ‘민생경제 살리기’와 ‘국민 사기진작’이다. 이에 맞춰 특사 대상자 4876명 대부분이 중소·영세상공인, 서민 생계형 형사범, 고령·장애인 수형자 등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수혜자 가운데 ‘이질적인’ 한 명이 끼어 있다. 정부가 유일하게 실명을 공개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법무부는 12일 특별사면 내용을 발표하면서 “이 회장의 경우 지병 악화 등으로 사실상 형 집행이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감안해 인도적 차원의 배려가 있었다”고 밝혔다.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 부여’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현재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 회장은 특별한 절차 없이 13일 0시를 기해 잔형 집행 면제와 특별복권이란 은전 조치를 받게 됐다.

이 회장 특별사면은 지난달 19일 그가 대법원에 재상고포기서를 제출할 때부터 사실상 예고된 일이었다. 이 회장은 형 확정 며칠 뒤 벌금 252억원을 일시금으로 납부했다. 상고 포기부터 특사 단행까지 24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구속집행정지를 10차례 연장, 전체 2년6개월의 형기 가운데 107일만 구치소에서 보냈다. 형 집행률이 11%에 불과하다.

그에 대한 사면은 정부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 내걸었던 경제인 사면 엄정 원칙과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당시 정부는 최근 형 확정자, 형 집행률이 부족한 자, 현 정부 출범 후 비리 사범은 철저히 제외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회장의 경우 세 가지 기준 모두에 해당한다.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이 회장은 검찰에서 형 집행정지가 돼 있는데, 수감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고 생명의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등은 사면·복권에서 제외해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을 최소화한 모양새를 갖췄다.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도 유력 경제인으로는 최태원 SK 회장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집행유예 상태인 김 회장은 과거 2차례 사면 경력이 있고, 최 부회장은 2주일 전 가석방 은전이 있었던 점이 감안됐다. 10월 출소를 앞둔 구 전 부회장은 다수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경제사범이라는 점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안 국장은 “그동안 사면받은 전력, 국민 법감정, 죄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민 화합과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이번 사면의 혜택이 ‘다양한 직업의 서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운전면허 취소·정지·벌점, 생계형 어업인의 어업면허 취소·정지 등 행정제재 대상자 142만2493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함께 시행한 것도 서민 중심 사면이란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인·공직자의 부패범죄, 선거범죄, 강력범죄 및 아동학대 등 반인륜 범죄는 사면 대상에서 전면 배제하면서 ‘절제된 사면’ 원칙을 고수했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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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지호일 양민철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