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3000만명 넘는 외국인이 찾는 관광국가 태국에서 시리킷 왕비의 84번째 생일 연휴를 앞두고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고 방콕포스트가 보도했다. 지난해 8월 17일 방콕 도심 에라완 사원 테러로 외국인 관광객을 포함해 20명이 목숨을 잃은 지 1년 만이다.
11일(현지시간) 오후 10시15분쯤 태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변 휴양지 쁘라쭈압키리칸주 후아 힌에서 폭탄테러가 두 차례 발생해 상인 1명이 숨지고 외국인을 포함한 21명이 부상당했다. 술집 앞 화분과 쓰레기통에 숨긴 폭탄이 터졌다. 12일 오전 9시10분쯤에도 두 차례 추가 폭탄테러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1시간쯤 후에는 주차된 오토바이에서 폭탄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됐다.
태국왕실 휴양지인 후아 힌에는 고급 리조트가 많아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폭발이 일어난 곳은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가 밀집해 관광객 피해도 컸다. 영국 호주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국적 외국인 7명이 다쳤다.
우리 외교부는 “태국 주재 대사관에서 확인한 결과 우리 국민 피해는 없다”며 “관광객과 현지 교민에게 신변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8시쯤에는 남서부 수랏타니주의 해양경찰서 앞에서 두 차례 폭탄이 터져 공무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했다. 이 지역에서는 오전 3시30분쯤에도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했다.
한국 관광객이 많은 푸껫에서도 크고 작은 테러가 이어졌다. 11일 오후 7시쯤 푸껫 차이나타운에서 2개의 폭탄 의심 물체가 발견됐고, 12일 오전 8시쯤에는 경찰 초소와 공원 앞에서 폭탄이 터져 1명이 부상당했다. 푸껫 남쪽에 있는 뜨랑의 시장에선 11일 오전 3시쯤 폭탄이 터져 상인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인근 팡아, 끄라비, 춤폰 지역에서도 하루 사이에 수차례의 폭발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했다.
태국 경찰은 폭발물의 종류와 동기 등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건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프라윳 찬-오차 총리는 “최근 국민투표로 개헌안이 통과된 것에 불만을 품고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무리의 소행”이라고 추정했다. 피야판드 핑무앙 태국 경찰청 부청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 조직이 벌인 것으로 국제 테러조직과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건이 주로 남서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정부군과 싸우면서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테러를 일삼은 말레이계 이슬람교도의 소행일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이들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벌인 적이 없기 때문에 태국 당국은 휴양지에서 발생한 테러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남부의 공항과 관광객이 모이는 지점을 중심으로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글=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푸껫 등 泰 유명 휴양지 10차례 연쇄 폭발
입력 2016-08-1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