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전기료 개편을 묻거든 수도료·차등요금제를 보게 하라”

입력 2016-08-13 04:23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이 22일부터 열리는 국회에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정부와 새누리당,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제각기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나섰다.

이미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누진제 단계를 축소하고 격차를 줄이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마련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6단계 전기료 누진제를 3단계로 줄이고 최고 11.7배에 달하는 누진배율을 1.4배로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1단계와 6단계 차이가 31.6배나 되는 기본요금도 개편 대상이다.

상수도 요금의 누진제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유승훈 교수는 시민단체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1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토론회에서 “물도 전기와 비슷해 상수도 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상수도 요금 이슈는 전기요금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물 부족 국가인 데다 댐도 지어야 하는 상황은 석유가 없는 나라에서 발전소를 계속 건설해야 하는 상황과 닮았다. 이 같은 이유로 전기와 상수도 모두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상수도 요금은 전기요금과 달리 반발은 없다. 납득이 갈 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상수도 요금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요금체계를 정하고 있다. 서울시나 제주도의 경우 3개 구간으로 나눠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한다. 최하인 1단계와 최고인 3단계의 격차는 2.3배 수준이다. 기본요금은 3000원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유 교수는 블랙아웃(대정전 사태)을 이유로 누진제 개선이 어렵다는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 공급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2016∼2020년 전력 수요가 연평균 3.7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설비 예비율도 충분한 것으로 진단했다. 유 교수는“특히 석탄발전소의 신규 진입 증가로 당분간 전력공급 여건은 크게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발표한 ‘장기 이상폭염에 따른 주택용 누진제 요금 경감방안’에서도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시간대별 차등요금제 도입 방식이다. 올 하반기부터 경기도는 300가구를 대상으로 차등요금제를 시범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 전력계량기(AMI)를 설치해 실시간 전력 사용량을 분석한 뒤 가구당 전력 소비패턴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시범사업 후 제도를 보완해 내년에는 전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반응이 좋을 경우 전기요금체계를 확 바꿀 수 있다. 한국전력은 2018년까지 전국 모든 가정에 AMI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정작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누진제 개편에 소극적이다. 전력산업에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폭염에 또다시 전력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날도 산업부 김용래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수도와 전기는 상황이 다르다. AMI 설치도 누진제와는 별개”라며 “(정부·여당의) TF를 통해 논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