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였다. 아빠도 마약 중독자였는데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1997년 3월 14일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가난한 흑인 집안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는 부모 사랑을 받지 못했다. 마약, 탈선 그리고 비참한 삶…. 아기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또 다른 두 명의 엄마가 나타나 그녀의 운명을 바꿔놨다. 아기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역경을 모두 이겨냈고, 마침내 미국 체조의 ‘흑진주’로 반짝반짝 빛났다. ‘흑인은 뛰어난 체조 선수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2관왕에 오른 주인공은 시몬 바일스(19·145㎝·53㎏)다. 바일스는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체조 여자 개인종합 결선에서 도마와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 등 4종목 합계 62.198점을 얻어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 9일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바일스는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여자 개인 뜀틀, 평균대, 마루 결선 진출에 성공한 바일스는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5관왕을 노리고 있다.
바일스의 길지 않은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친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그는 3살 때 보건 당국에 의해 위탁가정에 맡겨졌다. 소식을 들은 외할아버지 론과 그의 재혼한 아내 넬리는 바일스를 텍사스 교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2년 후 생모 섀넌이 다시 데려갔지만 여전히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바일스와 14개월 된 여동생 아드리아가 다른 가정으로 입양될 것이란 소식을 들은 론은 아드리아만 입양하기로 했다. 그러나 넬리는 당시 6세였던 바일스도 함께 입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바일스는 두 번째 엄마가 된 넬리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바일스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하기 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가장 큰 경쟁자는 나 자신이었다. 난 언제든지 잘할 수 있고 또 준비됐다는 걸 보여줘야 했다. 그때마다 ‘시몬, 너는 최고다’라고 말해주신 엄마(넬리)의 말씀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바일스는 유치원 시절 동네 체육관으로 견학을 갔다. 그게 인생을 바꿔놨다. 체조부 학생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고, 곧바로 체조부에 등록했다. 1년 후 바일스 앞에 세 번째 엄마가 나타났다. 바로 에이미 부어만이다. 시골 동네의 평범한 체조코치였던 부어만은 우연히 바일스의 훈련 모습을 보게 됐고, 그가 장차 슈퍼스타로 성장할 재목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바일스의 세 번째 엄마가 돼 세계적인 스타로 키우기 위해 헌신했다. 둘은 지금까지 ‘체조 모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바일스는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지 약 3년 만에 최고 선수로 떠올랐다.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흑인으로는 최초로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은 그는 2014년과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잇따라 제패하며 여자 체조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세 번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따낸 메달만 14개(금10·은2·동2)에 달한다. 바일스가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자 생모 섀넌이 언론에 나타났다. 섀넌은 영국 언론 ‘데일리 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2007년부터 마약을 끊었다. 딸을 잘 키워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딸에게는 “정말 자랑스럽다. 사랑한다”고 뒤늦은 모정을 드러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리우스타-美 여자체조 2관왕 시몬 바일스] ‘두 엄마’가 만든 체조 흑진주 리우를 빛내다
입력 2016-08-13 0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