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장)혜진이 이기고 있나요?”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 2016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3·4위 결정전에서 동메달을 확정 지은 기보배(28·광주시청)는 같은 시간 결승전이 한창인 ‘절친’ 장혜진의 안부를 물었다.
기보배는 앞선 준결승전에서 장혜진에 3대 7로 패해 결승행이 좌절됐다. 사상 첫 올림픽 양궁 개인전 2연패의 꿈이 날아가 아쉬울 법도 한데 기보배는 친구를 먼저 챙겼다.
얄궂게도 결승 문턱에서 만나 혈투를 벌였지만 기보배는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기보배는 4년 전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기록하며 아깝게 태극마크를 놓친 장혜진에게 이번 대회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았다. 기보배 본인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 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그 간절함을 체험했었다.
준결승이 끝나고 기보배와 장혜진은 서로를 말없이 꼭 껴안았다.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에 대한 응원이 담긴 포옹이었다. 그리고 둘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승리를 거뒀고 시상식에서 재회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3개를 따냈던 기보배에게 이번 동메달은 굉장히 값졌다. 기보배는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를 맞아 6대 4(26-25 28-29 26-25 21-27 30-25)로 이겼다. 발렌시아는 대표팀 막내 최미선을 8강서 꺾고 올라온 강자. 마지막 세트까지 끌고 갈 정도로 만만찮은 상대였다.
그러나 기보배는 의연함과 집중력으로 이겨냈다. 경기 한때 강한 바람이 불어 조준에 실패하며 3점을 쏘기도 했지만 마지막 5세트에서 3발 모두를 10-10-10으로 기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제야 기보배는 참아왔던 감정을 드러냈다. 문형철 감독에게 기대 눈물을 쏟았다. 개인전 2연패에 대한 아쉬움, 부담감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그동안의 노력이 스쳐 지나갔다.
기보배는 국가대표 탈락 후 절치부심했다. 훈련에만 매진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무조건 10발씩 더 쏘겠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임했다. 매일 7∼8시간씩 활시위를 당겼고 400발의 화살을 과녁에 꽂아야 집으로 돌아갔다. 꼬박 1년을 그렇게 보냈다. 훈련 노트에 적어놓은 ‘과정에 충실하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이란 말처럼 기보배는 쌓아온 시간과 훈련의 양을 믿었다.
기보배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힘들었지만 메달을 따내 정말 기쁘다”며 “시원섭섭하다. 다 끝나고 나니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개인전 2연패를 생각하긴 했지만 올해 국제대회 개인전 메달이 하나도 없어 마음을 비웠다”며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앞으로도 이 기량을 유지해 도쿄올림픽 무대에도 서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보배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2020년 도쿄도 갈 것”
입력 2016-08-13 0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