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黨政靑’… 통 큰 사면·전기료 누진제 논의 일사천리

입력 2016-08-13 00:07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 큰’ 사면을 제안한 지 하루 만인 12일 4876명에 대한 광복절 특별사면이 발표됐다. 그가 전날 오찬 회동에서 박 대통령에게 전기료 누진세 개선 건의를 한 지 5시간 만에 긴급 당정협의가 열리고 여름철 한시적 감면 발표도 나왔다. 당이 건의하면 대통령이 적극 화답하고 정부가 곧바로 움직이는 ‘당정청 찰떡공조’의 단면이다.

당 고위관계자는 12일 국민일보와 만나 “누진세 감면은 이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홈런을 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정청이 민생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결합해 신속한 결과물을 내놓는 좋은 사례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이 대표의 건의사항을 듣고 “여러 가지 말씀 하신 것, 참고를 잘하겠다”며 경청의 자세도 보였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세워준 셈이다.

이 대표는 대표 취임 후 여러 차례 “수시로 대통령과 통화할 거고 만나야 할 상황이 있으면 만나겠다” “민생에 관한한 격의 없이 건의하고 대화하겠다” “청와대나 정부가 혹시라도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과거처럼 변함없이 전달하겠다” 등 당청 소통을 자신해 왔다.

당 안팎에선 박 대통령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함께 일하며 깊은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대통령으로서도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이 대표를 통해 ‘불통’의 이미지도 씻어낼 수 있다. 이 대표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도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아 물밑조율도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이 같은 자신감으로 광폭행보를 이어갔다. 오전에는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재선의 윤영석 의원을, 부실장으로 원외인사인 홍범식 변호사를 내정했다. 오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예방했다.

‘이정현 체제’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한국갤럽은 이날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이 지난주보다 3% 포인트 상승한 34%를 기록해 4·13총선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전날 오찬 회동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것처럼 “당이 쓴소리를 제대로 못 내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황영철 의원은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맞서면 여당 의원 자격이 없는 건 맞지만 대통령이나 정부의 정책과 다른 의견도 충분히 표출될 수 있어야 당이 역동적으로 운영된다”며 “대통령에게 국민의 고언을 전해줄 수 있는 목소리는 보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