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합병원 8곳, 유독물질 가습기 살균제 6년간 사용

입력 2016-08-12 17:56 수정 2016-08-12 21:20

경기도 분당의 국군수도병원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병원 등 종합병원 8곳에서 유독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수년간 사용했던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국군수도병원은 군 장병이 주 치료 대상이며 미즈메디병원은 산부인과 전문병원이다. 살균제 유독성분이 장병, 산모 및 신생아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환경부는 해당 병원에서 살균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피해 신청도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종합병원 가운데 8곳에서 2006년부터 6년간 가습기 살균제 1223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병원은 살균제를 병동뿐 아니라 물리치료실, 의무 기록실, 특수 검사실 등에서 무차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살균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 병원은 부산 동래구의 광혜병원이다. 유독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 396개를 사용했다. 강서 미즈메디병원은 PHMG와 마찬가지로 유독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함유된 애경의 ‘가습기메이트’ 388개를 사용했다. 국군수도병원도 같은 제품을 290개 이용했다.

해당 통계는 복지부가 전국 337개 종합병원에 살균제 사용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낸 뒤 돌려받은 결과를 취합한 것이다. 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신고한 병원의 실제 사용 여부는 현장조사를 나가지 않는 이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의원 측은 “다른 병원에서도 안 썼다고 보기 어렵고 ‘빅5’ 병원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체계적으로 피해와 원인을 분석하려면 어디서 어떻게 썼는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가 병원에 직접 현장조사를 나가 살균제 사용 여부를 밝혀내야 한다”면서도 “유해성을 모르고 사용한 병원도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가습기 피해자들의 구제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특위는 옥시(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에 대한 현장 재조사 결과 옥시가 3·4단계 등급 피해자 및 폐 이외 손상 피해자의 배상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옥시는 생존 환자들에 대한 ‘평생 케어’도 하겠다고 했다. 우원식 특위 위원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재조사 브리핑을 갖고 “피해자에게 필요한 치료비 등은 회사가 지급해야 하지만 최종적인 배상안은 진상규명이 규명된 뒤 피해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