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찾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로 수원열린교회 예배당 겸 도서관. 66.1㎡(20평) 공간의 양 옆에는 책들이 책꽂이에 가득 꽂혀 있었다. 뒤쪽 벽엔 ‘나는 독서운동가입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때마침 ‘소그룹 독서코칭’을 위해 모인 4명의 주부들이 철학자 피터 비에리의 도서 ‘자기 결정’으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30대 후반의 이모씨는 “내면의 독립이 이뤄져야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40대 초반의 박모씨도 “지금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육아도 잘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성취감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동명(53) 수원열린교회 목사는 이들의 고민을 들은 뒤 조언을 해줬다. 이 교회는 평소 교회모임보다 독서모임 등으로 더 북적인다. 독서모임으로 이곳을 찾은 이들 중에는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다. 김 목사는 “책은 모든 사람의 시각을 넓혀주고 특히 크리스천이 비신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부교역자 생활을 마친 2012년 안식년에 5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신학서적보다 일반서적을 두루 섭렵했다. 세상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에서였다.
책을 읽고 깨달은 게 있다. ‘전도를 위해 교리를 들이댄다면 비신자들을 만나기 힘들겠구나.’ 그러나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한다면 비신자들과도 얼마든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듬해부터 ‘독서운동’을 시작했다.
이 교회의 독서운동은 윤금주(53) 사모가 꾸준히 해온 독서모임을 통해 본격화됐다. 국문학을 전공한 윤 사모는 논술교사를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지인들과 책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이끌어왔다. 그러다 2013년 유방암 수술을 한 뒤 모임을 인도하기 힘들자 김 목사가 뒤를 이어갔다. 김 목사가 합류하면서 정치 역사 철학 등 독서의 범위가 넓어졌다. 김 목사는 독서 세미나 등도 열었다. 점차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독서모임이 활성화됐다.
현재 교회에는 10개의 소그룹 독서모임이 있다. 격주에 한 번 모임을 갖는다. 전체 참여 인원 30여명 가운데 절반은 교인이고, 나머지는 비신자들이다. 독서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앙을 갖게 된 이들도 있다.
독서모임은 격주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3시간 가까이 토론이 진행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김 목사는 “토론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무슨 생각으로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내용 즉 ‘기도제목’들이 줄줄 나온다”며 “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조언해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참석자들이 많은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통해 참석자들의 내면이 조금씩 변화되는 걸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독서코칭’도 진행하고 있는데 1년에 80∼100권의 책을 읽도록 지도한다. 고전 철학 사회학 등 무거운 주제의 책도 읽으며 올바른 세계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는 “세상에 끌려가는 사람이 아닌 세상 속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독서모임 등을 이끌기 위해 김 목사는 하루 6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 각 사람에게 맞는 진단을 해주고 깊이 있는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선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마음이 치유되는 것을 경험해요. 독서하며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어 재밌게 하고 있어요. 독서운동은 당장 전도를 생각하는 것보다 한 영혼을 기다리며 씨를 뿌리는 과정입니다(웃음).”
수원=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독서운동 벌이는 수원열린교회 김동명 목사 “책을 통해 소통하고 마음도 치유합니다”
입력 2016-08-14 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