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도 많이 했는데 허무하게 끝나서 아쉬워요.”
터져 나온 눈물을 맨손으로 닦았다. 최미선(20·사진)은 여자 양궁 세계랭킹 1위에 빛나는 신궁이다. 누구보다 금메달에 가까웠던 만큼 허탈감은 더욱 컸다. 그는 11일(현지시간)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 양궁 8강전에서 알레한드라 발렌시아(21·멕시코)에게 세트 점수 0대 6(23-25 26-29 27-29)으로 완패했다.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거센 바람에 몸이 흔들리고 활이 떨리더니 결국 평정이 깨졌다. 삼보드로무 양궁장에 초속 6m 강풍이 휘몰아치자 최미선은 첫 세트 첫 발을 5점에 꽂아 넣었다. 큰 실수였다. 하지만 경기 초반이라 곧 만회할 것으로 보였다. 안타깝게도 그 예상은 엇나갔다. 한번 흐트러진 집중력은 돌아오지 않았다. 체력과 기술보다 심리가 중요한 종목이 양궁이다. 키 168㎝, 몸무게 53㎏인 그녀는 대회 전 “체중이 적어서 바람이 많이 불면 중심이 흔들리는 약점이 있다”고 강풍 불안감을 드러냈었다.
최미선은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올림픽행 티켓을 쥐었다. 지난해 멕시코시티 월드컵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비롯해 지난 5월 콜롬비아 메데인과 6월 터키 안탈리아 월드컵에서 여자 개인전, 단체전에 이어 혼성팀전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당연히 리우올림픽 개인전, 단체전 2관왕 1순위로 거론됐던 선수다. 게다가 대진운도 따랐다. 여자 개인전에서 기보배(28)와 장혜진(29)은 4강전에서 맞붙게 됐지만 최미선은 적수가 없었다. 메달권 진입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최미선은 이번 대회가 올림픽 첫 무대로 아직 대학교 2학년밖에 안 됐다. 이제 막 선수생활을 시작한 만큼 앞날이 창창하다는 뜻이다. 그는 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그쳐 올림픽에 나오지 못한 동갑내기 강채영(20)과 더불어 한국 여자 양궁의 미래로 불리고 있다. 승률도 88%로 화살 한 발당 평균점수가 무려 9.37점에 이른다. 고작 2년 동안 세계무대에서 딴 금메달만 9개로 어제보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
[괜찮아…괜찮아…] 강풍에 날려간 5점짜리 첫 발… 2관왕 꿈도 날렸다
입력 2016-08-13 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