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우정의 세리머니

입력 2016-08-12 18:16

축구 경기에서 골을 넣은 선수는 단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선제골 역전골 결승골의 주인공일수록 더 큰 주목을 받는다. 환호작약하는 선수의 골 뒤풀이는 관중의 흥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팬들이 기억하는 세리머니는 수없이 많다. 공중제비, 기도, 반지 키스, 삼바, 구두 닦기, 하트, 슬라이딩, 세계를 풍미했던 ‘강남스타일’의 말춤 등등.

독일 국가대표 출신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공중제비를 선호했다. 그의 공중제비는 체조 선수였던 자신의 경력을 십분 활용한 세리머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루이스 나니도 공중제비 묘기를 좋아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은 선수의 부상을 우려해 나니의 공중제비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다. 자신의 축구 인생에 도움을 줬던 할머니를 기리기 위한 제스처라고 한다. 석현준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골을 넣을 때마다 두 팔을 들고 기도했다.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3·4위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박주영의 기도 세리머니는 기억에 새롭다.

안정환의 반지 세리머니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골든골을 성공시킨 그는 그라운드를 달리며 반지에 입을 맞췄다. 지금도 그 장면을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다. 스페인 국가대표 출신 라울 곤잘레스는 아내를 생각하며 반지에 키스하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그는 ‘반지의 제왕’으로 불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우정을 강조하는 세리머니가 있다. 리우올림픽에서도 ‘우정의 세리머니’가 등장했다. 독일과의 조별리그 C조 2차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황의찬이 선제골을 넣자 송주훈의 국가대표 유니폼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쳤다. 송주훈은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출국을 앞두고 발가락이 부러져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대표팀 선수들이 우정의 세리머니를 통해 비운의 사나이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한국 대표팀은 14일 오전 7시(한국시간) 온두라스와 8강전에서 격돌한다. 한국 대표팀이 온두라스를 꺾고 우정의 세리머니를 펼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우정의 세리머니가 4강전, 결승전까지 이어지면 바랄 것이 없다. 글=염성덕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