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시위를 떠난 화살같이 빠른 ‘쏜살같다’

입력 2016-08-12 17:55 수정 2016-08-12 21:18

“청춘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쏜살같다’는 쏜 화살과 같이 매우 빠르다는 뜻입니다. 화살은 ‘활살’이 원말인데 발음 편의상 화살로 변한 말이며 그냥 ‘살’이라고도 합니다. 총이 활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서 ‘총알같이 빠르다’는 말이 나왔지요.

활은 몸체인 활대(활짱)와 시위로 돼 있는데 활대의 양쪽 끝을 질긴 노끈 같은 것, 즉 시위를 켕겨서 만듭니다. 켕기다는 ‘마음속으로 겁이 나고 탈이 날까 불안해하다’ ‘맞당기어 팽팽하게 만들다’라는 말이지요.

활의 한자는 弓(궁)인데 시위를 켕겨놓은 모습을 본뜬 것이고, 시위들을 풀어놓은 모습이 弱(약할 약)자입니다. 활은 생존의 필수품이었을 겁니다. 자신과 무리를 지키는 무기이자 식량을 얻기 위한 사냥의 필수 장비였겠지요. ‘씨족(氏族)’ 등에 쓰이는 族은 일정한 깃발 아래 같은 화살(矢·화살 시)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것을 표현한 글자인데, 같이 사냥을 하거나 전쟁에 대비하는 집단을 이르는 것입니다.

예부터 중국인들은 스스로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고 그 외 사람들을 낮추어 보아 왔지요. 그건 그들 생각이고. 우리를 동이(東夷)라 했는데, 夷는 ‘大와 弓(큰 활)’이 합쳐진 글자로 동방의 활 잘 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겠습니다.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의 빼어난 활 솜씨를 보면 그들이 왜 ‘東夷’라고 했는지 알게 됩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