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노래 가사다. 무궁(無窮)이란 이름처럼 한여름 더위 속에서도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2000∼5000송이의 꽃을 피운다. 봄에 꽃을 피우는 대부분의 나무와 달리 여름에 이처럼 크고 화려하며 오래 피는 꽃이 드문 까닭에 무궁화는 세계 50여개국에서 꽃나무로 사랑받고 있다.
최근 몇몇 의원들이 무궁화를 국화(國花)로 지정하고 무궁화의 날을 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나라꽃을 사랑하고 널리 보급하자는 데야 반대할 사람이 없겠지만, 세계적으로 법률로 국화를 규정한 사례도 많지 않을 뿐더러 원산지도 불분명한 꽃을 나라꽃으로 공식 지정할 수 있느냐는 의견이 있는 까닭에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무궁화가 원래부터 우리나라에 살던 나무인가에 대해 이견이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지 않은 까닭이다. 그러나 무궁화가 적어도 고조선 이전부터 이 땅에서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함께해 왔음은 수많은 역사 기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원전 6년에 만들어진 중국 고대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 ‘군자의 나라에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진다’는 기록이 있다. 897년 최치원이 작성해 당나라에 보낸 국서에서도 우리나라(신라)를 무궁화 근(槿)자를 써 ‘근화향(槿花鄕)’, 곧 무궁화의 나라라 칭했다.
이런 기록에도 오늘날 전국에서 100년 이상의 나이를 가진 무궁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무궁화가 높이 3∼6미터까지 자라는 소교목으로 고유 수명이 본래 수천 년에 달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심한 배척을 당한 때문이다. 일제는 ‘병해충에 약하고 진딧물이 많다’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서고 부스럼이 난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무궁화를 보이는 대로 뽑아 없앴다.
남아 있는 우리 무궁화의 약 75%는 연분홍색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는 홑꽃이다. 이들은 수많은 세대를 거쳐 이 땅에 살아남은 무궁화의 후손일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까지 그 유래도, 전파 경로도 전혀 밝혀진 바가 없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 무궁화의 기원과 원산지에 대한 비밀이 풀릴 것으로 보인다. 2013년부터 국립산림과학원은 무궁화의 특성과 기원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첨단 분자유전학 연구를 수행, 세계 최초로 무궁화 엽록체 게놈(Genom) 전체의 DNA 염기서열을 해독했다. 자체 돌연변이에 의해서만 DNA 염기서열이 달라지는 엽록체는 속씨식물에서 모계로 다음 세대에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식물 종의 기원이나 이동 경로를 추정하는 중요 수단이 된다. 따라서 해독된 우리 무궁화의 엽록체 게놈 정보를 바탕으로 자연집단이 남아 있는 인도 북부와 중국 남부 지역의 무궁화가 가진 유전적 특성을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무궁화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이고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연구를 통해 무궁화의 기원이 어떻게 밝혀질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영광의 시간을 함께한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올해는 광복 71주년이다. 많은 시련에도 은근과 끈기로 극복해온 우리 민족을 닮은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당당히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남성현 국립산림과학원장
[기고-남성현] 광복절에 다시 보는 무궁화
입력 2016-08-12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