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에어컨 사용 가구 月3만원 절감

입력 2016-08-12 01:07
정부가 11일 전기요금 누진제를 7∼9월에 완화하기로 해 요금폭탄 부담을 다소 덜었다. 그러나 한시적 완화에 그치지 않고 누진제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가구당 전기사용량 증가와 공급원가 등을 반영해 누진구간과 누진율을 재설정하는 것은 물론 전기요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당정회의가 끝난 직후 “현행 누진체계는 2004년에 개선된 것으로, 그 사이에 국민의 전기소비 패턴 변화가 있었으나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요금 얼마나 줄어드나

지난해에도 정부는 7∼9월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전기세 누진제를 완화했다. 주택용 누진 단계 4구간(월 301∼400㎾h 사용)에도 3구간(월 201∼300㎾h)과 같은 요금을 적용했다. 올해 당정이 내놓은 한시적 조치는 이보다 확대된 내용을 담고 있다.

누진제의 기존 6단계는 유지하되 단계별로 50㎾h씩 더 주는 것이다. 1단계는 100㎾h 이하에서 150㎾h 이하로, 2단계는 101∼200㎾h에서 151∼250㎾h로 상향 조정됐다. 6단계는 500㎾h 초과에서 550㎾h 초과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한 달에 220㎾h를 쓰는 가정은 현재 3단계 요금(㎾h당 187.9원)이 적용됐지만 올 7∼9월에는 한 단계 낮은 2단계 요금(125.9원)을 내면 된다. 기본요금도 마찬가지로 1600원에서 910원으로 낮아진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한 단계 낮은 요금으로 사용할 수 있어 요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만∼3만원의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도시에 사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봄·가을 월평균 전력사용량 342㎾h를 감안하면 벽걸이형 에어컨(전력사용량 0.72㎾)을 하루 8시간 사용할 경우 기존에는 누진제 구간이 4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6단계로 올라가고 5만3000원이던 전기료도 13만2000원으로 세 배 가까이 뛴다. 그러나 이번에 내놓은 완화책을 적용하면 5단계로 내려온다. 전기료도 10만2570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거실에 쓰는 스탠드형 에어컨(1.84㎾)의 경우 하루 8시간씩 쓸 때 월간 전기료가 기존에는 32만1000원이던 것이 28만8560원으로 3만원 이상 줄어든다. 정부는 2200만 가구가 평균 19.4%의 요금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필요 재원은 4200억원이다.

“가정용 전력에 돈 더 든다”

한전은 기업용 전력의 경우 원가가 ㎾당 102원90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택용은 같은 전기라도 생산과 전달에 드는 비용이 144원30전이라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집집마다 쓰는 전력은 비용 자체가 더 많이 드니 기업용보다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 주택에 전력을 배달하려면 전봇대, 배전기 등을 전국에 깔아야 한다. 전국적인 전력망을 유지 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반면 공장 등 산업체는 대량으로 전력을 소비하는 공장에도 전봇대에서 바로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설비투자나 유지보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검증은 불가능하다. 한전은 더 자세한 원가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 비율이 33%인 한전이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원가를 공개하면 국제적인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용 전력이 7배 더 올랐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11.2% 올랐다. 같은 기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76.2%나 올랐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기업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산업용 판매단가가 더 낮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2005년 산업용 판매단가는 60.3원이었고 지난해는 107.4원이었다. 이에 비해 주택용은 2005년에 이미 110.8원이었고 지난해엔 123.7원이었다. 여기에다 누진제까지 있다. 오히려 10년 전에는 전력 비용 부담이 지금보다 더 불균형했다고 설명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산업용 요금이 지나치게 낮다보니 상승률이 높아 보였다는, 말 그대로 기저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다.

“OECD 평균 61% 수준”

산업부는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주거부문 요금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61%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142%, 독일은 221%, 미국은 70% 정도다.

하지만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민소득을 반영하지 않은 현실감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가정당 전력소비율은 OECD 26위에 불과하다. 덜 쓰기 때문에 요금을 덜 내는 셈이다.

한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가별 요금표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한 달에 약 200㎾를 사용할 때만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다. 정부는 4인 가족의 봄·가을 월평균 사용량을 342㎾라고 했다. 누진제 때문에 이미 선진국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

[관련기사 보기]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