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탕평 인사” 건의에 힘 받는 ‘西進論’

입력 2016-08-12 04:00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갖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한 뒤 "다들 자리에 앉으시죠"라며 양팔을 벌려 손짓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진 최고위원, 이정현 대표, 박 대통령, 정진석 원내대표, 이장우 최고위원.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 회동은 ‘신(新)밀월시대’ 평가를 받는 당청 관계에 대한 여권 기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신속한 전기료 누진제 개선책 발표는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당정청 공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다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은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해 한계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11일 오찬 모두발언에서 여러 차례 화합과 단합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새 지도부에 바라는 건 반목하지 말고 민생정치에 모든 걸 바쳐 달라는 것”이라며 “당부터 화합하고 당정청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현안이 많다. 추경 예산도 있고, 규제프리존 특별법 처리도 급하고, 노동개혁법도 한시가 급하다”며 “지도부와 당, 정부, 국민이 하나 돼 나아간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임 지도부도 적극 화답했다. 지도부는 여름철 전기료 누진제 개선 문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후속대책,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민생 현안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냈다.

이정현 대표는 작정한 듯 전기료 누진제 개선 문제부터 꺼내들었다. 그는 “이상기온으로 폭염이 계속되다 보니 많은 국민, 특히 지방의 어르신들이나 환자가 있는 대부분 가정들이 평상시보다 에어컨을 많이 쓴다”며 “가계 수입은 정해져 있는데 요금이 확 오르다 보니 걱정들을 하게 된다”고 했다.

박 대통령도 “전기요금 때문에 냉방기를 마음 놓고 쓰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누진제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있지만 올해 많은 국민이 힘들어해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해 왔다”고 했다.

회동이 끝난 뒤 2시간여 만에 긴급 당정협의가 소집됐고, 30여분 만에 전기요금 개편안이 발표됐다. 앞서 당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관련 부처 실장을 불러 대책을 보고받았다. 당과 정부, 청와대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신속하게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 대표는 특히 개각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당의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이 대표가 ‘탕평 인사’를 언급하면서 조만간 있을 개각에 ‘호남 출신 중용’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대선 호남 표심을 겨냥한 이른바 ‘서진론(西進論)’이다. 이 대표 제안을 “참고하겠다”고 밝힌 박 대통령의 개각 구상에 이 같은 건의가 얼마나 반영될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이에 따른 박 대통령의 개각 폭과 시점 역시 일부 조정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민생경제 사범들에 대한 ‘통 큰’ 사면을 건의한 이 대표는 국회 브리핑에서 사면에 재벌총수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누구라고 하지는 않고 건의를 드렸다”며 “결과를 보시라”고 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주요 현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 대표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 “엄중한 안보 현실에 대해 참석자 전원이 대통령과 함께 공감했다”며 “한 최고위원은 정치권이 지나치게 관여하는 건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내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찬 후 박 대통령과 25분간 독대(獨對)를 했다. 독대는 박 대통령이 먼저 제안해 이뤄졌다. 이 대표는 독대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국정과 민생, 당 운영에 대한 복안 등 상당히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만 전했다. 그러면서 “제일 중요한 결론은 ‘자주 연락드리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도 기꺼이 ‘알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박 대통령과의 회동 정례화에 대해 “양이 안 찬다. 수시로 통화하고 언제든 신청해서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 오찬회동 후 국회로 돌아와 이 같은 내용을 직접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당청 회동 후 상당 시간을 할애해 브리핑 내용을 조율했던 이전 지도부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만나면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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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