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 딸을 키우는 김모(36)씨는 소아과에서 항생제 처방을 받을 때마다 찜찜하다. 소아과에 따라 항생제 처방 빈도가 다를 뿐 아니라 항생제 내성에 대한 각종 보도도 신경 쓰여서다. 아이가 항생제를 먹은 후 설사를 하거나 배탈이 났다는 얘기도 자주 들린다. 김씨는 “아픈 것보다 낫겠지 싶어 항생제를 먹이지만 매번 고민”이라고 말했다.
항생제가 이처럼 ‘계륵’ 취급을 받는 것은 항생제 내성균 같은 부작용이 신종 감염병 이상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1928년 발견돼 약물로 만들어졌을 때만 해도 ‘기적의 약’으로 불렸지만 이젠 항생제 내성균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13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연간 200만명이 감염되고 2만3000명이 사망한다. 지난 5월 영국에서 발간된 ‘짐 오닐 보고서’는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2050년에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산했다. 마거릿 챈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해 세계보건총회에서 “단순 감염으로도 사망에 이르는 항생제 불용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국제 평균보다 높고, 특히 감기 환자에게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7DDD(1000명당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숫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개국 평균보다 높다. 감기를 포함한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73.3%에서 지난해 44.0%로 떨어졌지만 4년간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급성상기도감염의 원인은 대부분 바이러스로 일부 세균 감염이 강력히 의심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항생제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항생제 위협이 커지자 정부는 11일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항생제 사용량을 2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현재의 절반 정도로 줄여 항생제 오남용을 막을 계획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항생제 처방률에 따라 진찰료 중 외래관리료를 1% 가감하는 것을 2019년까지 3%로 확대키로 했다. 항생제를 덜 쓰면 의료수가를 더 주겠다는 의미다.
또 내성균 확산 방지를 위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음압격리병실 설치를 의무화하고, 중환자실 신·증축 시 병상 10개당 1개 격리병실을 확보토록 했다. 항생제 내성균 보유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표본감시 내성균 2종(VRSA, CRE)을 전수감시로 전환하고 감시 대상균을 지속적으로 추가할 방침이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항생제 사용을 잘해야 하고, 내성균 감염이 다른 환자에게 전파되지 않도록 감염관리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항생제의 역습’… 사용량 줄여 막는다
입력 2016-08-12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