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간 벌어졌던 이른바 ‘형제의 난’이 7년 만에 막을 내렸다.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를 상대로 냈던 모든 소송을 철회키로 하면서 향후 금호아시아나의 재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금호석화는 금호아시아나와 모든 송사를 내려놓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을 서울남부지검에 형사고소한 건을 지난 10일 취하한 데 이어 박삼구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기업어음(CP) 부당지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항고도 11일 취하했다. 양측은 현재 진행 중인 상표권 분쟁에 대해서도 원만하게 조정키로 했다.
금호석화는 이날 “글로벌 경제상황 등으로 많은 기업이 생사의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소송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취하 이유를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도 공식 입장을 내고 “소송 취하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환영했다.
두 형제의 갈등은 대우건설 인수로 촉발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6조6000억원을 마련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뒤 이듬해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대우건설이 매각되면 금호석화가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보유 중이던 금호산업 지분을 팔아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였다. 지분율을 따라가기 어려웠던 박삼구 회장은 2009년 7월 금호석화 이사회를 열어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계로 바꾸면서 형제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양측 간 총 91건, 액수로는 2193억원의 소송전이 이어졌다.
견원지간인 양측이 급히 화해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선택으로 분석한다. 최근 불거진 금호터미널 실사 보고서 조작 논란이 두 사람의 화해를 이끄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호터미널 매각과정에서 가격 산정의 근거였던 실사 보고서 진위 논란에 대해 검찰이 수사 움직임을 보이면서 형제가 화해를 결심했을 것”이라 말했다. 가족끼리의 분쟁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으며 결국 수사기관의 타깃이 된 롯데그룹을 반면교사 삼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분쟁을 마무리한 금호아시아나는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도 11일 완료했다. 양사는 ‘금호홀딩스㈜’라는 새로운 사명으로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한 뒤 합병등기 신청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삼구 회장은 이를 토대로 오는 11월 예비 입찰을 앞둔 금호타이어를 되찾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하며 그룹 재건 행보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사모펀드에 매각한 금호고속도 헤지펀드 조달을 통해 연내 다시 인수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형제간 갈등이라는 악재를 넘어선 데다 금호홀딩스가 출범함으로써 향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고속·금호타이어 인수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며 “3000억원을 보유한 금호터미널을 잘 활용하면 금호타이어 인수 자금 마련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박삼구 형제의 난 7년만에 종지부
입력 2016-08-11 18:55 수정 2016-08-11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