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전기요금은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한국전력의 주장을 검증해본다.
“가정용 전력에 돈 더 든다”
한전은 기업용 전력의 경우 원가가 ㎾당 102원90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주택용은 같은 전기라도 생산과 전달에 드는 비용이 144원30전이라는 게 한전의 주장이다. 집집마다 쓰는 전력은 비용 자체가 더 많이 드니 기업용보다 비싸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거로 제시한 것은 시설투자다. 각 주택에 전력을 배달하려면 변전소와 전봇대, 배전기 등의 설비를 전국에 깔아야 한다. 전력망 구축이 이미 웬만큼 완성된 상황이라고 하지만 전국적인 전력망을 유지보수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반면 공장 등 산업체는 대량으로 전력을 소비하는 공장에도 전봇대에서 바로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설비투자나 유지보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납득은 되지만 검증은 불가능하다. 한전은 더 자세한 원가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투자 비율이 33%인 한전이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원가를 공개하면 국제적인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용 전력이 7배 더 올랐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11.2% 올랐다. 같은 기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76.2%나 올랐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기업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도 산업용 판매단가가 더 낮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2005년 산업용 판매단가는 60.3원이었고 지난해는 107.4원이었다. 이에 비해 주택용은 2005년에 이미 110.8원이었고 지난해엔 123.7원이었다. 여기에다 누진제까지 있다. 오히려 10년 전에는 전력 비용 부담이 지금보다 더 불균형했다고 설명하는 게 더 타당해 보인다. 산업용 요금이 지나치게 낮다보니 상승률이 높아 보였다는, 말 그대로 기저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다.
“OECD 평균 61% 수준”
산업부는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주거부문 요금 수준을 100%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61%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142%, 독일은 221%, 미국은 70% 정도다.
하지만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민소득을 반영하지 않은 현실감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의 가정당 전력소비율은 OECD 26위에 불과하다. 덜 쓰기 때문에 요금을 덜 내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전기요금이 싸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전 홈페이지에 올라온 국가별 요금표를 토대로 계산해보면 한 달에 약 200㎾를 사용할 때만 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하다. 일반적인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1인 가구도 최소 100㎾ 정도는 써야 한다. 정부는 4인 가족의 봄·가을 월 평균 사용량을 342㎾라고 했다. 누진제 때문에 이미 선진국보다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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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전기료 싼 나라? 누진구간 올라가면 선진국보다 비싸
입력 2016-08-11 18:12 수정 2016-08-11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