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가 정부 과실을 규명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가 아무런 제재 없이 시중에 유통·판매된 과정에서 관련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막지 못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다만 정책적 잘못을 지적하는 진상규명 수사는 하겠지만, 공무원 처벌은 어렵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최근 환경부·보건복지부·산업통상자원부의 실·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4∼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주요 독성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의 수입과 유해성 심사 등을 담당했다. 가습기의 제조나 판매 과정에서 인허가를 담당한 고위공무원,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 환자 파악·조치 등에 관여한 보건당국 관계자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달 초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정부의 책임 규명에 착수해 사무관·서기관 등 실무진급 공무원 약 30명을 불러 조사했었다. 이후 검찰이 관련 업무의 책임자급인 실·국장들을 불러들이고 있다는 것은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음을 의미한다.
검찰은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정부의 과실 여부를 따지고 있다. 우선 1996년 유공(현재 SK케미칼)이 PHMG를, 2004년 세퓨가 PGH를 각각 수입 신고하고 유해성 심사를 신청했을 때 정부가 독성물질 인허가를 내준 것에 문제가 없는지 여부다. 다음으로 옥시레킷벤키저(2000년)·홈플러스(2004년)·롯데마트(2006년)·세퓨(2009년) 등 4개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관계기관의 사전 검증이 이뤄졌는지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폐손상 원인 규명 및 제품 판매 중단이 내려진 2011년을 중심으로 정부의 사후 대처가 적절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공무원들의 과실이 일부 드러나더라도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검찰 관계자는 “현행법 규정상 공무원들의 형사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검찰에 소환된 전·현직 공무원 중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도 없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고위 공무원으로 확대
입력 2016-08-11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