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위한 릴레이 기고] 이영훈·조일래 목사에게 맡깁시다

입력 2016-08-11 20:09

최근 이영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과 조일래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등 교계 지도자들에 의해 한기총과 한교연의 기구 통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지속적인 만남과 논의를 하다보면 하나님께서 분명 하나 되는 길을 열어주실 것이다.

필자는 2007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재직 시 한기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일치를 위한 교단장협의회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그때 제시했던 원칙이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다.

두 기관의 기구 통합은 결국 불발에 그쳤지만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었던 시도는 조국교회 130년 역사에서 무척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때 ‘대의(大義)를 위해선 사심(私心)을 내려놓고 연합을 위해 인내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었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열은 진보와 보수로 나뉜 한국교회 상황에서 보수가 또다시 두 개로 나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느낌마저 든다. 목회자로서 성도들에게 죄송스럽고 미안할 따름이다.

두 기구 분열 당시 한기총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의 일원으로서 한교연이 설립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통합논의를 진행하며 짚고 넘어가야할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해본다.

첫째, 한교연의 출현은 단순히 한기총의 금권선거나 교계 정치 주도권 싸움의 결과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두 기구가 분열될 당시 이단문제는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본질적 문제는 사회 법정에서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가만히 있다가는 한국교회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컸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한교연을 출범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한교연의 출범을 단순한 분열행위로 폄하해선 안 된다.

둘째, 분열 당시 한기총과 한교연의 분리 사유가 지금은 해소 되었는가라는 점이다. 당시 분열의 원인을 제공한 인사들은 대부분 퇴장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양 기구를 가로막고 있다. 그것은 이단성이 있는 인사를 영입하면서 발생한 부적절한 회원권 문제다.

지금 한기총은 선통합 후이단문제 해결을 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교연은 이단을 먼저 제명조치하면 통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무턱대고 통합했다가 훗날 회원권 문제로 발생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양 기관 모두 일리있는 주장을 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수면 밑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적 시각을 지닌 이영훈 조일래 대표회장에게 전폭적으로 맡기는 게 최선책이다. 임직원은 대표회장에게 전권을 일임하고 이단문제 처리 등 통합 로드맵 구축을 응원해야 한다.

셋째, 통합주체의 문제다. 당연히 통합의 주체는 양 기관이다. 따라서 이영훈 조일래 대표회장과 양 기구의 임직원은 통합 논의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심도 깊게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양 기구와 관련성이 낮다면 장로교회 정체성 확립이라는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게 낫다. 교단장협의회는 양 기구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에 머물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고신, 기독교대한감리회 등 주요 교단을 통합기구에 회원기구로 가입시키고 한국교회 전체에 양 기구 통합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진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양 기구가 통합될 때까지 통합논의와 별도로 임시적으로 산적한 현안에 대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지금은 누구의 잘못을 탓할 상황이 아니다. 한국사회를 어떻게 섬길 것인지 노력하고 이단과 동성애 이슬람의 거센 도전 앞에 일치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성도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고 연합기관이 살 길이다.

이정익 목사<서울 신촌성결교회 원로·희망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