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한, 자존심 살린 업어치기 한판

입력 2016-08-11 18:40

전광석화같이 날쌘 업어치기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푸른 도복의 곽동한(24·사진)은 마르쿠스 뉘만(26·스웨덴)의 오른쪽 도복자락을 손에 쥐고 자신의 등 뒤로 넘겨버렸다. 엎어진 뉘만은 두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일어나지 않았다. 깔끔한 한판승이었다. 그러나 곽동한은 웃을 수 없었다. 세계랭킹 1위인 그는 10일(현지시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유도 남자 -90㎏급 경기에서 동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다.

곽동한은 “동메달이라도 따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32강전부터 8강전까지 모두 한판승으로 올라온 터라 아쉬움은 더 컸다. 그는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세계 5위 바를람 리파르텔리아니(27·조지아)에게 절반 두 개를 내주며 패했다. 상대의 주특기인 허벅다리걸기를 경계했지만 방어하지 못했다. 경기시작 39초 만에 허벅다리걸기로 절반을 내준 곽동한은 경기 종료 2분45초 전 다시 한번 같은 기술에 당했다. 결승을 목전에 두고 주저앉은 것이다.

하지만 올림픽 첫 출전에서 동메달을 따낸 곽동한은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4년 전만 하더라도 그는 국가대표가 아닌 런던대회 금메달리스트 송대남 코치의 훈련 파트너였다. 이후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해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 세계선수권대회, 제주그랑프리 등을 잇달아 석권하며 남자 유도 90㎏급 세계 1위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자신이 파트너 역할을 소화했던 송 코치의 지도 아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국가대표로 뛰게 됐다.

곽동한은 동메달을 확정지은 뒤 “금메달을 따려고 했는데 준결승에서 져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다만 “(준결승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더니 송 코치가 ‘3위와 4위의 차이는 또 크다’며 차분히 다시 준비하라고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해서 3등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송 코치는 고개 숙인 그를 꼭 껴안았다.

이번 유도 남자 대표팀은 전체 7명 중 세계랭킹 1위가 4명이나 되지만 아직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고승혁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