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까지 ‘두 고개’ 남았다… 온두라스 질식수비 뚫어라

입력 2016-08-12 00:30



앞으로 2승이다. 신태용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축구 8강에 오르면서 메달권까지 2승 앞으로 다가갔다. 결승전이나 3·4위전으로 진출하면 올림픽 2회 연속 메달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10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마네 가린샤 경기장에서 열린 조별리그 C조 3차전에서 후반 32분 권창훈의 결승골을 앞세워 멕시코를 1대 0으로 제압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적 2승1무(승점 7)로 C조를 1위로 통과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는 3위로 밀려 조기 탈락의 수모를 당했다. 2위는 독일(1승2무·승점 5)이다.

한국은 당초 독일이나 멕시코의 몫으로 여겨졌던 C조 1위에 오르면서 D조 1위 포르투갈(2승1무)과의 8강전 승부를 피했다. 대신 D조 2위 온두라스를 만났다. 유럽·남미의 강호들보다 수월한 상대를 만났다. 하지만 마냥 얕잡아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온두라스는 조별리그 D조에서 아르헨티나를 떨어뜨린 다크호스다.

온두라스는 같은 날 마네 가린샤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1대 1로 비겨 자력으로 8강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최종전적은 1승1무1패(승점 4·골 0). 승점이 같은 아르헨티나(승점 4·골 -1)를 골 득실차로 따돌렸다. 온두라스의 8강 진출은 한국의 C조 1위만큼이나 예상 밖의 결과다.

단순한 이변은 아니다. 온두라스는 차세대 북중미의 판세를 흔들 신흥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조짐은 리우올림픽 북중미 예선에서 이미 나타났다. 멕시코가 5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한 북중미 예선에서 온두라스는 미국을 3위로 밀어내고 본선행 막차를 탔다. 본선에서는 멕시코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면서 끈질긴 생존력을 이어갔다.

온두라스의 강점은 단연 조직력이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상대를 강하게 압박한다. 5-4-1 포메이션으로 극단적인 수비축구를 전개하지만 공격으로 전환할 땐 양쪽 풀백과 4명의 미드필더진이 스트라이커 안토니 로자노와 함께 전방으로 돌격한다. ‘질식수비’와 ‘순간돌격’으로 요약할 수 있는 전술이다. 그렇게 조별리그에서 5골을 넣었다.

온두라스의 이런 전술은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의 기적’을 연출했던 콜롬비아 출신 명장 호르헤 루이스 핀투 감독이 완성했다. 코스타리카는 브라질월드컵에서 압박수비로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사상 첫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핀투 감독은 코스타리카에서 활용했던 전략과 전술을 온두라스에 그대로 이식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슈퍼스타 한 명 없이 알제리를 3대 2로 잡고, 포르투갈에 1-0으로 앞서다 역전패(1대 2)하고, 아르헨티나와 비긴 원동력은 단연 조직력에 있었다.

한국은 이미 온두라스의 전력을 경험했다. 지난 6월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4개국 친선대회에서 2대 2로 비겼다. 신 감독은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2개월 전의 온두라스를 떠올리면서 “그때보다 강해졌다”고 경계했다. 그는 “우리도 온두라스를 알지만 온두라스도 우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하는 온두라스를 보면서 4개국 친선대회 때보다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매우 좋은 팀”이라고 평했다.

당시 한국에 2골을 넣었던 로자노는 이번 8강전에서 단연 경계대상 1호다. 로자노는 온두라스 성인대표팀의 일원이다. A매치 18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리우올림픽에서는 알제리전 결승골, 아르헨티나전 선제골을 넣었다. 순식간에 상대 수비진을 뚫는 돌파력이 특징이다.

한국과 온두라스는 13일 오후 7시 마네 가린샤 스타디움에서 대결한다. 다른 8강 진출국도 모두 가려졌다. A조에서는 브라질 덴마크, B조에서는 나이지리아 콜롬비아가 8강에 합류했다. B조의 일본은 스웨덴을 1대 0으로 잡고 뒤늦은 첫 승을 신고했지만 탈락을 면하지 못했다.

한국이 온두라스에 승리하면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8강전 승자와 결승 진출권을 놓고 싸운다.



글=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