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카쿠 갈등’ 中-日 급속 냉각

입력 2016-08-11 18:19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대치 중인 중·일 관계가 급격히 냉랭해지고 있다. 한·중·일이 조율 중이던 3국 외무장관 회담도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가 15일로 예정된 일본 방문을 취소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방일 취소는 중국 선박의 센카쿠 열도 출몰에 일본 정부가 강하게 항의하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 정부는 쿵 부장조리에게 15일 이후로 방문토록 제안할 방침이다.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이달 말 열릴 예정이었던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도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중국은 외무장관 회담에서 다음 달 중국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중 아베 신조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추진할 계획이었다.

중국은 이전에도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예정된 고위관리의 방일 일정을 취소해 불쾌감을 드러내곤 했다. 2012년에는 센카쿠 열도 분쟁과 일본 나고야 시장의 난징대학살 부정 발언 등을 이유로 궈보슝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방일을 취소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국의 신경전이 전례 없이 격화됐다. 중국 선박의 활동은 어느 때보다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지난 9일 청융화 주일 중국대사를 불러 직접 항의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관할권을 행사하는 일본의 실효적 지배를 약화시키기 위한 중국의 전략”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규탄성명 발표가 무산된 뒤 양국의 신경전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중국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규탄성명을 막았다”며 “정말 괘씸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일 북한이 쏜 중거리 탄도미사일 노동미사일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지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자위대에 미사일 요격을 지시하는 등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