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새누리당 새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했다. 지난 9일 이정현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 이틀 만에 마련된 자리다. 그만큼 친박계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 여당 지도부에 대한 대통령의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이전 비박계 김무성 대표가 이끈 당 지도부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도 하다.
4·13총선 참패 후 지리멸렬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던 여권은 간만에 단합된 모습을 선보였다. 대통령은 특유의 썰렁 개그까지 구사하며 오찬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반목하지 말고 민생정치에 모든 것을 바쳐 달라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우리 당부터 화합하고 당·정·청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이 이끄는 이 정부가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당·정·청이 하나가 되고(중략), 집권 세력의 일원으로 책무를 다할 것을 다짐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개각, 탕평인사 등을 건의했고 박 대통령은 “잘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은 1시간50분의 점심을 마치고 이 대표와 따로 25분간 독대하며 깊은 신뢰를 나타냈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상견례는 별 무리 없이 진행된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임기가 1년6개월이나 남아 있고 국내외의 안보·경제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에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대통령은 이 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가 친박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청와대 홍보·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 대표를 최측근 참모로 여기면 청와대와 당은 수직적 상하관계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당·정·청 화합이 청와대 주도의 국정운영을 의미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벌써부터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새 지도부가 청와대에 ‘노(No)’를 할 수 없을 거라는 시각이 많은데 대통령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섬김의 리더십’을 내세워 집권당 수장이 된 이 대표는 그 섬김의 대상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라는 점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골수 친박 인자(因子)’를 드러내지 말라는 얘기다. 이 대표가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예스맨 대표에만 그친다면 본인은 물론 정권과 나라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과 이 대표의 여당 지도부는 양측이 손을 굳게 맞잡았다고 해서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총선 전 과반 여당이었을 때와는 국회 지형이 천양지차다. 야당의 도움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여소야대 구조다. 지금은 당·청 간 협력보다는 여·야·청의 협력이 더 절실한 시기다.
[사설] 대통령과 여당의 수평적 협력관계를 기대한다
입력 2016-08-11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