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족 이 백성이 하나님의 손 안에서 하나 되는 통일조국의 은혜를 허락해 주옵소서!”
2000명이 넘는 크리스천들의 기도가 서울 동작구 상도로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 울려퍼졌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날씨였지만 통일에 대한 한국교회의 열망은 폭염보다 뜨거웠다.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대표회장 김삼환 서울 명성교회 원로목사)는 11일 ‘교회여! 다시 일어나 민족의 부흥과 평화통일을 노래하자!’라는 주제로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 비전 기도회’를 열었다. 몰려든 인파로 인해 2000석 자리는 모자랐고, 수백 명의 참석자들은 통로에 앉거나 기념관 밖 로비에 서서 기도했다.
김삼환 목사는 대회사에서 “북의 핵 위협과 남의 사드 배치 등으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세계는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우며 서로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는 상황”이라며 “통일에 대한 열망을 담은 ‘눈물의 기도’의 분량이 쌓일 때 하나님은 우리 민족에게 평화통일을 선물로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을 지낸 박경조 주교는 “독일 통일이 동독 라이프치히 니콜라이 교회의 작은 기도 모임에서 시작됐듯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통해 이 땅 위에 참된 평화와 통일이 이뤄지도록 역사하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교계 주요 지도자들은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일래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은 “한국교회가 먼저 분열을 극복하고 역사와 시대를 향한 사명을 바로 감당하면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든든한 반석 위에 세우시고 남북 평화통일을 앞당겨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남선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한반도 허리를 갈라놓았던 분단의 장벽을 헐기도 전에 주님의 몸 된 한국교회가 교단, 교파, 보수·진보로 나눈 잘못을 회개하고 한마음으로 평화통일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서로 마음을 열어 한국교회가 먼저 하나가 되자”고 말했다.
설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을 지낸 장차남 원로목사와 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 신경하 목사가 전했다. 신 목사는 “예수님은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고 하셨다”며 “분단 체제에서 드리는 예배는 온전한 예배일 수 없다. 화해와 평화통일은 한국교회의 가장 우선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기도로만 그치지 않고 평화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시간도 가졌다. 평화와통일을위한기독인연대 상임대표인 박종화(경동교회) 원로목사는 “통일은 내일로 미룰 것이 아니다”며 “북녘 땅에서 고난 받는 백성과 남한에 찾아 온 탈북 이주민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의 ‘살리는 사랑의 봉사’를 오늘부터 바로 실천해야 한다”고 했다.
숭실대 총장인 한헌수 장로는 “다음세대가 통일한국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며 통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정관계 인사들도 참석해 축사를 전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성경엔 ‘주님께서 언제 오실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깨어있으라’는 말씀이 있다”며 “이 기도회는 다가올 통일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한국 기독교인이 결의를 모으는 자리”라고 전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참석했다.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는 2014년 11월 29일 결성돼 ‘평화통일 신년기도회’ ‘3·1절 기념특별기도회’ ‘광복 70년 평화통일기도회’ 등을 개최하며 한반도 통일을 향한 한국교회의 염원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켜 왔다.
글=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폭염도 꺾지 못한 통일 향한 열망… ‘한반도 화해와 평화통일 비전 기도회’ 2000여명 집결
입력 2016-08-11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