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동해어장까지 내준 北… 대북제재로 외화 고갈되자 어민 생계까지 팽개쳐

입력 2016-08-12 00:09
북한이 해상 조업권을 중국에 판매하는 건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대응하고자 외화와 통치자금을 축적하기 위해서다. 2013년 장성택 숙청 이후 사실상 단절됐던 북·중 경제교류를 복원해 활로를 열겠다는 것이다. 주민의 생계수단인 조업권을 팔아넘긴 북한 당국은 물론, 대북 제재의 ‘구멍’으로 통해 왔던 중국 또한 도의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앞서 북한은 2013년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처형하면서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넘긴 매국 행위’라는 죄목을 뒤집어씌운 바 있다. 2010년 이명박정부가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5·24조치를 취하자 장 부위원장 주도로 대중(對中) 자원수출을 늘려 이를 타개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중단되고 말았다.

하지만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하자 북한 당국의 압박감이 더욱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1일 “북한이 달러 수입이 옥죄이자 조급하게 움직인 것으로 본다”면서 “새로운 자금 통로를 개발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족자원 고갈을 감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런 조치는 대중 경제의존도를 높여 통치자금 마련 등 체제 안정성을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안보리 결의 2270호 채택을 주도했으나 동시에 ‘안보리 차원 이외의 추가 제재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의 핵 보유보다도 북한 체제 붕괴로 인한 동북지역 혼란을 더욱 우려하는 전통적 입장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최근 한·미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하자 ‘북한 끌어안기’로 맞대응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조업권 판매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북한이 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북을 실질적으로 관할하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해의 경우 북한은 정전협정에 따라 어선 출입이 금지된 한강 하구 해역의 조업권까지 팔아넘겨 분쟁의 소지가 없지 않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전협정은 한강 하구를 남한도 북한도 서로 못 들어가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어 조업권을 판매할 수 없다”면서 “북한이 잘못을 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국 측에도 역시 책임을 묻기 어렵다. 북한은 조업권을 중국 정부가 아닌 개별 기업에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어선 입장에선 북한 당국이 판매한 조업권을 구입해 북한 해역에서 조업을 하는 건 정당한 권리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대북 대량 현금 수출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 2094호(2013년 채택)를 위반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여의치 않다. 결의 규정상 조업권 판매 수익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됐음을 입증해야 하는 데다 그 과정에서 한·중 간 외교 마찰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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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