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트럼프 엑소더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공화당 소속 정치인이 수십명으로 불어났다.
역대 공화당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내고 트럼프 반대 서한에 서명한 외교안보 전문가 50여명을 제외한 숫자다. 자고 일어나면 이탈하는 정치인이 생겨 보도하는 언론마다 집계가 다를 정도다. 지난 2일(현지시간) 리처드 한나 하원의원이 현역의원 중 처음으로 거부선언을 한 지 8일 만이다.
10일 의회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를 거부한 공화당 현역 정치인은 주지사 2명, 상원의원 7명, 하원의원 11명이다. 전직으로는 주지사 7명, 상원의원 4명, 하원의원 8명이 등을 돌렸다.
반대 이유는 다양하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8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전통적인 공화당의 가치에 반한다”고 밝혔다. 마크 커크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기질이 군통수권자가 되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벤 사스 상원의원은 “헌법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트럼프에 속았다”고 했다. 경선 후보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가족을 비난했기 때문에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CNN 조사결과 트럼프 지지를 거부한 현역 공화당 상·하원의원 14명 중 4명이 자유당 후보인 게리 존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를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도 보수 성향의 존슨을 지지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다른 사람 이름을 쓰겠다는 정치인도 4명이나 됐다. 투표용지에 입후보하지 않은 사람 이름을 적으면 무효 처리된다.
트럼프를 반대하면서 클린턴을 지지하는 현역의원이 적은 것은 대부분 오는 11월 출마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현역인 한나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당장 선거에 나서지 않는 정치인 중 클린턴을 지지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 힐에 따르면 트럼프에 반대하는 전직 주지사 및 상·하원의원 19명 중 4명이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역대 공화당 정부에서 외교안보 분야 고위직을 지낸 50여명이 트럼프 반대 공개서한에 서명한 것은 거의 ‘정치적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더 힐은 ‘클린턴 리퍼블리컨’(클린턴을 지지하는 공화당원)이 26년 전 ‘레이건 데모크랫’(레이건을 지지하는 민주당원)을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1980년 대선에서 지미 카터 대통령에게 실망한 민주당원이 대거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다.
한편 뉴욕에서 발행되는 데일리뉴스는 1면 기사로 트럼프의 사퇴를 촉구했다. 데일리뉴스는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란 제목 아래 “폭력을 사주하는 트럼프가 물러나지 않으면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를 포함한 공화당이 트럼프를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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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트럼프 엑소더스’… 불어나는 ‘힐러리 리퍼블리컨’
입력 2016-08-12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