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은 세상을 떠난 다음 더 빛나는 가수다. 정규 앨범이 4장에 불과했지만 2007년 한 음악전문 웹진이 선정한 ‘한국의 대중음악 명반 2위’에 오를 만큼 죽은 후 큰 사랑을 받았다. 그를 ‘영원한 가객’으로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
대구 대봉동에는 2010년 만들어진 ‘김광석길’이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그를 추념하기 위한 공간이다. 3m 정도 너비에 길이 350여m 골목에는 가수의 얼굴과 노래 가사가 담긴 벽화, 통기타 같은 조형물, 작은 공연장 등이 있다.
지난해 봄 처음 이곳에 갔을 때 무척 실망했다. 널리 홍보된 것과 달리 김광석을 제대로 추억할 거리가 별로 없었다. 방문객들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몇 장 찍고 돌아가는 게 전부인 것 같았다. 며칠 전 다시 찾았을 땐 좀 달라져 있었다. 장애인을 위한 점자안내판과 음성유도기가 설치된 ‘촉지벽화’가 생겼고, 방문소감을 남기는 게시판이 들어섰다. 시설물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수십대의 스피커에서 그의 노래가 계속 나오는 등 감흥을 자아냈다. 무료공연 포스터도 곳곳에 부착돼 있었다. 가게들이 올망졸망 들어서 골목이 꽉 찬 느낌이었고 세련된 외관의 사무실 등 주변 건물이 풍미를 더했다. 35도가 넘는 폭염 속 평일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실 이 길은 70여년 역사를 지닌 ‘방천시장’ 활성화 계획의 망외소득이었다.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을 하던 중 시장 끝 골목 옹벽에 김광석 테마 벽화를 그리면서 자연스레 김광석길이 조성된 것이다. 유명세를 타면서 작년에는 80여만명이 다녀갔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 대표 관광지 100곳에 뽑혔다. 매년 김광석 추모 콘서트, 김광석 노래부르기 대회가 열리는 등 지역 명소가 됐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연내 김광석 전시관인 스토리 하우스를 세울 계획이라고 했다. 큰 도시임에도 변변한 관광거리가 없는 대구시가 김광석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글=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한마당-정진영] 달라진 김광석길
입력 2016-08-11 1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