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부희령] 단맛의 승부

입력 2016-08-11 18:57

소문난 식당 음식의 비법이 뭔지 아세요? 단맛으로 승부하는 거래요. 단맛이 너무 강해도 안 되고, 너무 적어도 안 된대요. 손님을 유혹할 수 있는 적당한 단맛을 찾아내야 한대요. 최근에 식당을 개업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분에게 들은 이야기다.

믿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단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맛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렸을 때 가루약을 억지로 먹던 방식이 기억난다. 어머니는 숟가락 위에 조제해온 가루약과 설탕을 함께 올려놓고 물 몇 방울을 떨어뜨린 뒤, 미숫가루처럼 곱게 갰다. 그리고 꿀꺽 삼키라는 명령과 함께 입안으로 숟가락을 밀어 넣었다. 운이 좋으면 그 혼합물이 혀에 닿지 않은 채 매끄럽게 목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지나치게 불안해하며 머뭇거리다가는 쓰디쓴 가루약과 달콤한 설탕의 괴이한 혼합물을 혓바닥 전체로 받아들여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약이라는 관념 때문인지 몰라도 가루약은 그냥 쓴맛이라기보다는 역겨운 맛에 가까웠고, 설탕을 폭탄으로 붓는 게 아닌 이상 엉거주춤한 단맛은 역겨움을 더해줄 뿐이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브로콜리 같은 채소에 단맛을 첨가해 계속 먹이면, 20일 뒤쯤에는 달지 않은 브로콜리도 잘 먹게 된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실험에서 단맛의 정도라는 변수를 어떻게 통제했는지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마도 소문난 식당의 비법이라며 떠도는 이야기에서처럼 ‘아이들을 유혹할 수 있는 적당한 단맛’을 찾아냈으리라고 추측해 본다. 내 느낌으로는 단맛이란 깊이 있게 음미할 수 있는 맛이라기보다 혀에 편안한 감각으로 먹기 쉽게 하는 맛에 가깝다.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단맛에 대해 생각해 본다. 말에서든 태도에서든 단맛이 좀 있어야 부드럽고 편안한 관계가 이루어진다. 여기서도 역시 단맛을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다. 바닥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도 한없이 씁쓸하고 역겨워진다. 엉거주춤한 단맛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 드러난다. 그래서 엄청난 달콤함으로 끼리끼리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으려 하는 것인가.

글=부희령(소설가),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