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최신 공연장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 제1회 국제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7월 30일∼8월 10일)의 폐막공연이 성대하게 열렸다.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지휘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연해주 오케스트라가 프로코피예프의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이어 한국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그리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드 카바코스가 차례로 협연자로 나섰다.
손열음은 화려한 기교와 변화무쌍한 멜로디로 유명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선보였다. 손열음의 격정적인 연주가 끝나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일부 관객들은 기립하기도 했다. 게르기예프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손열음의 손에 입을 맞춘 뒤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관객들의 환호에 답했다. 손열음은 계속된 커튼콜에 프로코피예프의 ‘토카타’를 앙코르곡으로 연주한 뒤에야 무대 밖으로 퇴장할 수 있었다. 이어 최근 세계 클래식계에서 최고의 주가를 자랑하는 카바코스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관객의 마음을 다시 한번 사로잡으며 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이번 페스티벌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총감독 겸 예술감독이자 차이콥스키 콩쿠르 조직위원장인 게르기예프가 주도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가 최근 러시아 정부의 연해주 개발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페스티벌을 기획했다는 해석이 많다. 내년에는 마린스키 발레단 부설 발레학교인 바가노바 아카데미의 분교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문을 연다.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고 있는 그는 2013년 10월 개관한 연해주 극장을 러시아 정부의 지원 아래 올해부터 마린스키 극장의 자매극장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올 여름 12일간 오페라, 발레, 콘서트 등 총 27개 공연을 선보이는 페스티벌을 개최한 것이다. 마린스키 극장 소속 간판 스타들이 총출동한 것을 비롯해 12개국 30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했다. 러시아를 제외하면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 3국 아티스트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손열음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조성진,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지휘자 정민, 첼리스트 강승민·발레리나 이수빈, 피아니스트 김다솔, 피아니스트 김태형, 소프라노 임선혜 등 9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유난히 많은 것은 게르기예프가 평창대관령음악제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평창음악제 공동예술감독인 정명화는 10일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게르기예프와 MOU를 맺었다. 정 감독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마린스키 극장과의 교류를 통해 클래식은 물론 오페라, 발레 등으로도 레퍼토리를 확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아티스트들을 보려고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까지 찾아온 한국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조성진이 게르기예프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협연한 지난달 31일에는 대극장 객석(1390석)의 30% 정도가 한국의 열성적인 팬들로 채워졌을 정도다. 비행기로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티켓 가격도 일부를 제외하곤 저렴한 편이다.
마린스키 극장 연해주 무대의 총감독인 이리나 차첸코는 “공연장이 새롭게 문을 열고 마에스트로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축제가 출범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의 문화예술이 혁명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블라디보스토크의 한여름밤 달군 한국 아티스트들
입력 2016-08-11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