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의 대반란’… 올림픽 드라마가 시작됐다

입력 2016-08-11 04:18
윤진희(왼쪽)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 역도 53㎏급 인상 경기에서 바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오른쪽은 정보경이 지난 5일 여자 유도 48㎏급 16강에서 경기장에 힘차게 입장하는 모습.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스포츠에선 무명 선수가 피나는 노력으로 정상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도 그렇다. 주목을 못 받던 선수들이 메달을 속속 따내고 있다. 가히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라고 불릴 만 하다.

영국의 투견판에서 유래한 언더독이란 단어는 늘 투견에서 지기만 하는 개란 뜻으로,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수를 의미한다.

한국 대표팀은 10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총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이 중 남녀 양궁 단체전 금메달 2개를 빼고는 모두 무명 선수가 얻은 것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상영(21·한국체대)이다. 박상영은 이날 전까지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선수였다. 불과 2년 전인 인천아시안게임에선 개인전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국제펜싱연맹(FIE) 세계랭킹도 21위에 불과해 그에게 메달을 기대하는 전문가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세계 강호들을 잇따라 격파하면서 결승까지 올랐고, 결승전에서도 베테랑 게자 임레(42·헝가리)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아시아 사상 최초의 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라는 쾌거도 이뤘다.

지난 6일 한국에 첫 메달을 선사한 유도 여자 48㎏급 정보경(25·안산시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한국 여자 유도는 침체돼 있었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 66㎏급 이후 20년 동안 올림픽에서 결승 무대를 밟은 선수가 단 한명도 없을 정도였다. 정보경도 세계랭킹 8위로 메달권과는 멀어 보였다. 부상 전력이 있었고 키도 153㎝으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작았다. 하지만 끈기와 성실함으로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값진 은메달을 따냈다.

‘주부 역사(力士)’ 윤진희(30·경상북도개발공사)의 동메달도 감동이었다. 윤진희는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 53㎏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여자 역도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2012년초 같은 역도 선수 원정식과 결혼해 현역에서 물러나 평범한 주부로 보냈다. 2년 전 바벨을 다시 잡은 윤진희의 세계랭킹은 25위까지 떨어졌고 상당한 공백이 있어서 전성기 기량을 보이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금메달 후보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명사수’ 진종오(37·kt)는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5위에 머물렀고, 남자양궁 세계랭킹 1위 김우진(24·청주시청)도 개인 32강전에서 좌절했다. 유도에서도 아쉬움이 짙었다. 남자 유도 73㎏급 세계랭킹 1위 안창림(22·수원시청)은 32강전에서 충격패를 당했고, 여자 유도 57㎏급 김잔디(25·양주시청)도 16강전에서 탈락했다. 여자 펜싱 사브르 개인전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미녀검객’ 김지연(28·익산시청)도 마찬가지였다.



리우데자네이루=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