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방중’에 나섰던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6명(김영호 김병욱 박정 소병훈 손혜원 신동근)이 10일 귀국했다. 이들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국회 정론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했다. 중국 방문을 기획한 김영호 의원은 “저희가 감으로써 한중 우호관계 외교채널이 가동됐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또 “중국 체류 기간에는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비난한 일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 여당도 주변 국가들을 만나 한반도 위기 극복을 잘 설득해나가길 기원한다”고 했다.
이들의 방중 계획이 처음 알려졌을 땐 중국에 이용만 당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대부분 사드 국내 배치를 반대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초선의원들이 중국 측에 동조하는 뉘앙스라도 풍긴다면 중국 당국과 언론이 작정하고 이를 악용해 한·중 관계가 더 꼬일 것이라는 게 여권의 공격 포인트였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방중 의원들은 말을 아끼고 몸조심을 했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사고는 없었지만 성과도 없는 부실 방중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날 판구연구소 토론회 끝에 나온 양측의 공동발표문은 ‘한·중 문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한·중 관계 발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교류했다’는 내용뿐이었다. 김 의원은 중국에서도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지적에 “논란거리를 없애려고 의도적으로, 민감한 부분은 다 떼고 가장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11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방중 결과를 상세히 보고할 예정이다.
더민주는 일단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사드 배치 지역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논란을 자초한 청와대에 국면 전환의 빌미를 줬다는 점은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더민주는 그동안 사드 배치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따지는 데 주력해 왔는데, 이런 논쟁은 ‘사대 외교’ 프레임에 전부 묻혀버렸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사드 반대 당론 채택 문제를 놓고 내부 갈등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커졌다.
새누리당은 공세를 이어갔다. 초선의원 전원이 공동성명을 내 “6명의 초선은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고 더민주는 이들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물어 중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정쟁을 하고 싶지 않다.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맞받았다. 당초 사드 방중을 반대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사과 요구를 물리쳤다. 그는 “여행하고 돌아오는 분들인데 특별하게 사과할 일은…”이라며 방중을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사드 배치 찬성론자들이 미국에 가서 사드 문제를 논의한다고 했으면 야당이 어떻게 나왔겠느냐”며 “역지사지하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라고 했다.
이날 인천공항엔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와 방중 의원들을 강력 성토했다. 방중단이 탄 항공기는 오후 4시35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건 한 시간 가까이 지나서였다. 원래 C게이트로 빠져나올 계획이었는데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동선을 바꿔 F게이트로 나왔다고 한다. 공항 청사 안팎엔 90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몇몇 사람들은 “매국 행위를 하고 왔다”고 고함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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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기자 jhk@kmib.co.kr
訪中 6인 ‘빈손’ 귀국… 당내서도 “왜 갔나”
입력 2016-08-1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