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기는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운 이정현 대표가 새누리당의 키를 잡게 되면서 당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이라는 중대 임무를 맡은 데다 당내 계파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공세 모드를 취하고 있는 야당과의 협치를 어떻게 이뤄낼지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이 대표는 당장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에 보조를 맞추는 데 방점을 찍었다.
“대통령 중심 국정운영 시급”
이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찾아온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을 만나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야당과 여당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하는 자세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취임 후 첫 공식일정으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에도 “앞으로 1년6개월은 (차기)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통령 중심으로 국가와 국민, 민생, 경제, 안보를 챙기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6개월 남았는데 100년의 1년6개월은 짧지만 5년의 1년6개월은 굉장히 긴 기간”이라고도 했다.
박근혜정부 임기 후반을 뒷받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섬기는 리더십’을 거듭 거론했다. 그는 “서민과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불러서 듣는 게 아니라 찾아가서 듣는 자세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슈퍼스타K’처럼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대선 예비후보들을 가려내겠다는 게 이 대표의 공약이었지만 불공정 경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밀어주는 인사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대권 후보들이) 스스로 20%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된다”고 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20% 이상 지지율을 얻는 여권 잠룡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뿐이다.
계파 갈등 넘어설까
당내에선 계파 갈등이 또 분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총선 참패 책임론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당 쇄신책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여기에는 당 주도권을 완전히 친박계에 넘겨주게 됐다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한 중진 의원은 전날 전대 결과에 대해 “충격적”이라고 촌평했다.
계파 갈등의 뇌관은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친박 지도부’에 또 친박 인사를 앉힐 경우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당에 실망하는 부분에 대해 (새 지도부가) 좀 잘해주기를 기대하는 마음밖에 없다”고 했다.
첫 최고위원회의부터 신경전이 벌어졌다. 비박계 강석호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 핵심 인사들의 공천개입 녹취록 사건 등을 겨냥한 듯 “당원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항들은 하나하나씩 밝혀야 된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내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유발하는 것도 비주류가 할 일이 아니다”고 했다. 계파 갈등 때문에 ‘봉숭아학당’이란 비판을 받았던 최고위는 이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키로 했다. 이 대표로선 집안 문제뿐 아니라 공조 체제를 굳힌 야당과의 협상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사진=이동희 기자
李 “대통령과 맞서는 與의원 자격 없다”… 당·청 新밀월
입력 2016-08-1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