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도로친박당’은 환영… 호남 당대표는 부담?

입력 2016-08-11 00:01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오른쪽)가 10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의 첫 ‘호남 당대표’인 이정현 신임 대표를 바라보는 야권에 복잡한 심경이 교차하고 있다. ‘도로 친박(친박근혜)당’이 돼 선명한 대여 전선 구축이 가능해진 점은 환영할 일이지만 호남 출신인 이 대표가 호남 민심을 파고들 수 있다는 부담이 공존한다.

야권에서는 친박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이 대표가 집권여당 사령탑에 오르면서 여권과의 대립각이 분명해진 점은 반기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10일 YTN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당선은) 친박이 득세하는 것으로, 우리로서는 상대하기 쉬운 상대를 만났다”고 했다. 여당의 보수색이 더 분명해져 여당과의 싸움이 수월해졌다는 얘기다. 한 국민의당 초선 의원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선명한 친박이기 때문에 정권과 각을 세워야 하는 우리 당에는 최선”이라며 “더민주 당권도 선명한 친문(친문재인)이 차지하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전남 곡성 출신인 이 대표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을 휘저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남 사정에 밝은 한 더민주 의원은 “이 대표가 워낙 부지런하고 큰소리 내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호남에 엄청난 ‘예산 폭탄’을 던지면 호남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한 호남 의원도 “이 대표가 움직일 수 있는 호남표가 5% 정도겠지만 내년 대선이 2012년처럼 박빙 승부가 될 경우 무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 야당 지도부도 이 대표 선출 다음날부터 견제구를 던지며 신경전을 벌였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20대 국회는) 여소야대라는 국민의 명령을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국회가 협치를 하지 않으면 어떤 사항도 통과시킬 수 없다”고 엄포를 놨다. 우 원내대표도 “이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우려가 있다”며 “청와대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길을 택한다면 (앞으로)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표는 오후 이 대표가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도 “이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니 정기국회 때 잘 이끌어가려면 이 대표가 야당과 청와대 사이 중재 역할을 잘해줘야 한다. 여소야대를 극복하려면 여당이 양보해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거듭 압박했다. 이 대표는 “(김 대표가) 잘 이끌어주시고 지도해주시면 잘 따르겠다”면서도 “노무현정부 때 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해선 싸울 수 없다’고 말했다.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해 여야가 우선순위나 정치적·이념적으로 입장이 달라도 충분히 대화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북 전주에서 가진 비대위회의에서 “오늘 오전 7시에 보수정당 최초의 호남 출신 당대표인 이 대표와 통화했다. 국민의당도 호남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했다.

글=최승욱 기자 applesu@kmbi.co.kr=사진=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