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가족 소유 의문의 ‘J사’ 찾아가보니 부동산 임대업체라더니… 만두가게 입점

입력 2016-08-10 18:07 수정 2016-08-10 21:22

“J사가 어떤 회사죠? 저희는 어떤 아주머니와 임차계약 맺었는데.”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의 부인 정모(60)씨가 현재 대표이사인 부동산 임대업체 J사는 법인등기를 통해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등기상 주소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건물 1층에는 회사가 아닌 만두가게가 자리하고 있었다. 10일 오전 한창 영업 중이던 이 만두가게의 주인은 “J사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 한 아주머니에게 월세만 주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는 “개인과 계약한 것일 뿐 회사와 계약한 게 아니다”며 “3년 전부터 이곳에서 장사를 했지만 J사 이름은 처음 듣는다”고 덧붙였다.

이웃한 한 점포의 상인 가운데 요행히 J사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있었다. 그는 “종종 만두가게로 J사 이름의 우편물이 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J사는 지금 한 오피스텔에 있다”고 전했다. 그가 말한 주소는 J사가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하던 2008년 9월의 주소지였던 강남구 도곡동 소재 오피스텔이었다. 등기부에서 말소된 주소지였는데, 취재진이 현장을 찾아가니 필라테스 교습소가 입점해 있었다. 교습소 관계자는 “J사가 어떤 곳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자본금 총액 13억6900만원인 J사의 법인등기에는 회사 목적으로 ‘부동산 임대업’이라고 기재돼 있다. 애초 이 업체는 주식회사 D토건이었지만 민 전 행장 내외가 경영에 참여한 2001년 3월 말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민 전 행장의 장녀(33)가 20세 때부터 이사로 재직했고, 차녀(30)는 감사로 일한 이력이 있다.

민 전 행장은 제34대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2008년 9월 J사 이사직을 사임했다. 그리고 퇴임 이듬해인 2012년 8월 J사의 이사로 재취임했다. 이때 김모(58)씨가 민 전 행장 차녀의 후임 감사로 취임해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전·현 주소지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는 J사는 실제 영업을 하는지조차 의문인 상태다.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한 뒤로 외부 감사를 받지 않고 공시 의무도 없다. 국내 신용평가 기관들조차 J사의 재무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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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