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민유성(62) 전 산업은행장 가족이 경영해온 부동산 임대업체 J사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그간 의혹으로만 무성했던 남상태(66·구속기소)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로비가 어느 정도 실체를 드러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산은이 부실기업에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한편 주인 없는 기업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 남 전 사장의 연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명박정부 유력 인사들로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왜 부동산 임대업체 살펴보나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거악(巨惡) 척결’의 첫 표적으로 대우조선을 지목한 뒤 광범위한 자금 흐름을 분석해 왔다. 현재 조직적인 회계 사기를 밝혀낸 데 이어 경영진 비리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민 전 행장의 가족과 연관된 부동산 임대업체 J사가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결국 남 전 사장 측이 대우조선을 감독하던 산은 수뇌부 측으로 부당한 이익을 흘려보낸 정황이 포착됐다는 의미다. 검찰이 추적하는 민 전 행장과 J사 등의 개인·법인계좌 거래 기간에는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전후한 시기가 포함돼 있다.
민 전 행장 내외, 두 딸이 2001년부터 경영해온 J사는 뚜렷한 실체가 없다. 민 전 행장이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를 그만두고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직후인 2008년 9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검찰은 민 전 행장 측을 대상으로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가 진행되는 과정에 홍보대행 업체 N사 대표 박모(58·여)씨가 있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박씨는 남 전 사장 측으로부터 20억원이 넘는 이례적인 거액의 홍보대행 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고,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박씨가 남 전 사장을 위해 소위 ‘브로커’ 역할을 한 정황은 검찰이 박씨에게 적용한 죄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박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할 때 공무원 청탁·알선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경우에 적용하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법조비리 사건 당시 홍만표(57·구속기소) 변호사도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받은 수임료가 로비자금으로 판단돼 이 혐의를 적용받았다.
박씨와 민 전 행장의 연결고리는 롯데그룹 ‘형제의 난’에서도 노출된다는 해석도 있다. 민 전 행장은 SDJ코퍼레이션즈의 고문이다. 이 회사는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신동주(62)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설립했다. SDJ코퍼레이션즈가 홍보업무를 맡긴 외국계 홍보대행사의 경영진은 박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와 민 전 행장을 따로 떼어놓고 보긴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정경유착 확인되나
민 전 행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이명박정부에서 불거졌던 산은과 대우조선의 정경유착 의혹도 재조명받게 됐다. 그간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 등의 수조원대 공적자금 지원에는 정권의 외압·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은 대우조선에 일감 몰아주기 등을 강요한 정황이 드러나 이미 피의자 신분이다.
2009년 3월 남 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자 국회 정무위원회는 배후에 정권 개입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다수의 정무위원들은 2010년 국정감사 등에서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남 전 사장의 연임을 요청했고, 정 전 수석은 민 전 행장을 만나 이 뜻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 전 행장은 한두 차례 정 전 수석과 만났다는 사실은 시인했지만 남 전 사장 연임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남 전 사장이 문제가 많은 모양”이라는 한 의원의 말에 그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의혹과 진실이 정확히 구분될 수 없다”고 답했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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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8-11 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