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폭행·학대·감시… ‘난민 하청섬’ 나우루의 비극

입력 2016-08-11 04:23
호주로 밀입국하려다 붙잡혀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에 수용된 난민들이 철조망 밖의 기자에게 자신들의 처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AP뉴시스
호주 동북쪽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의 난민수용소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는 문건이 폭로됐다. 특히 아동 성폭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져 충격을 주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나우루 난민수용소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학대, 자해 사건과 난민 어린이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를 폭로하는 ‘나우루 파일’을 보도했다. 보고서에는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난민수용소에서 일어난 각종 범죄 2116건이 담겨 있다.

나우루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섬나라로 인구가 1만명이 안 된다. 호주 정부는 자국을 찾아오는 난민을 주변 섬나라에 강제수용하면서 돈으로 보상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나우루에는 442명, 파푸아뉴기니의 마누스섬에는 854명의 난민이 수용돼 있다.

나우루 파일은 난민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여러 범죄 중에서도 아동대상 범죄에 초점을 맞췄다. 난민수용소 어린이는 전체 인원의 18%에 불과하지만 아동대상 범죄는 전체 범죄의 51.3%(1086건)다. 2014년 7월에는 열 살도 안 된 소녀가 옷을 입지 못하고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고, 어린아이들이 샤워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이유로 샤워 시간을 2분에서 4분으로 늘리라고 요구한 안전요원도 있었다.

성인 여성 성폭행 문제도 심각했다. 가해자에는 감시원이나 버스운전자 등 수용소 직원이 다수 포함됐다. 일부 버스운전자는 난민 여성의 관음적인 사진을 촬영했다. 수용소의 감시원을 고용한 보안업체 윌슨 시큐리티 측은 성폭행을 당한 난민에게 “호주에서 성폭행은 매우 흔한 일이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억류된 난민들은 정신이상 증세를 겪고 있다. 호주에 도착한 난민이 강제수용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450일, 길게는 3년이다. 난민의 정신치료를 담당했던 피터 영 박사는 “수용소 생활이 6개월이 넘는 난민에게서 자해, 자살 시도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여자아이는 자신의 입술을 꿰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수용소의 형편없는 시설도 난민을 어렵게 한다. 바퀴벌레와 각종 해충이 들끓고 위생상태가 나빠 의료진조차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 임신부는 사회복지사에게 “아이를 이렇게 더러운 환경에서 기를 수 없다”며 “아이를 낳으면 호주에 데려가 보살펴 달라”고 간청했다.

난민 강제수용 정책이 인권을 유린한다는 비난이 이어지지만 호주 정부는 꿈쩍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2월 대법원은 난민 강제수용 정책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가디언의 폭로에도 호주 정부 대변인은 “나우루 정부가 난민에게 복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호주 정부는 지원하고 있다”며 “나우루 수용소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우루 경찰이 파악하고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글=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