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월 만에… 환율 1100원선 무너져

입력 2016-08-10 18:35 수정 2016-08-10 21:01
원화가치가 달러당 1100원 선 아래로 내려섰다. 외환시장에선 10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100원 선이 붕괴돼 달러당 1095.4원에 장을 마감했다. 1100원 선이 무너진 건 지난해 6월 22일 이후 14개월 만이다. 올해 최고점인 2월 말(1241.0원)과 비교해 13% 넘게 떨어졌다.

원화가 그만큼 강해졌다. 상승세를 이어오던 원화가치는 지난달 말부터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뒤 한국 등 신흥국가들의 화폐가치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주요국 금융완화 조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외국인 투자가 쏟아져 들어오는 것도 원인이다. 이달 초 영국 영란은행(BOE)은 정책금리를 낮췄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주요국 정부가 시장에 돈을 풀 것으로 기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 몰렸다.

그렇잖아도 악화일로인 수출이 환율로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정부로서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 지난 4월 미 재무부는 한국과 중국·독일·일본·대만을 환율조작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의 인위적인 환율 안정 조치에 부정적 입장이라 정책 당국의 시장 개입이 어렵다”면서 “무역 흑자를 줄이고 공적연기금 해외투자 확대 속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환율안정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 대상국 경기가 회복될 거란 예상을 바탕으로 수출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대준 연구원은 “주요국 경기가 예상치보다 좋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환율 하락에도 한국의 수출 환경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가 강세일 때 오히려 달러를 사두려는 재테크 전략도 등장했다. 국내 주요 은행 PB센터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내려가면서 달러를 쌀 때 사두면 좋지 않으냐는 문의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전했다. 12월로 예상되는 연말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지금 달러화를 사두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