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16년 만에 ‘불효자 종목’ 되나

입력 2016-08-11 00:44
한국 유도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고전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 3명을 앞세워 다관왕을 노렸던 자신감은 연이은 조기 탈락으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노골드(No Gold)로 끝났던 2000 시드니올림픽 이후 1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내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한국 유도대표팀은 9일(현지시간) 현재 7개 체급에서 금맥을 뚫지 못했다. 정보경이 여자 48㎏급에서, 안바울이 남자 66㎏급에서 각각 은메달을 목에 걸었을 뿐 나머지 5명은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이마저도 세계 1위 3명을 모두 투입한 결과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암담하다.

유도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부터 2012년 런던까지 28년 동안 한국의 올림픽 효자종목이었다. 시드니올림픽(은2·동3)을 제외하고 나머지 7차례 대회에서 1∼2개씩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유도 대표팀은 남자 7명, 여자 5명 등 모두 12명을 리우올림픽에 파견하면서 사상 최고 성적을 기대했다. 무려 5명이나 보유한 세계 톱랭커들은 자신감을 높였다. 안바울 김원진(남자 60㎏급) 안창림(남자 73㎏급)은 세계 1위, 곽동한(남자 90㎏급) 김잔디(여자 57㎏급)는 2위다. 적어도 2개, 많게는 4개까지 금메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정복 총감독은 톱랭커 5명을 금메달 후보로 지목했다. 이들은 이미 경기를 마쳤지만 누구도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더 실망스러운 점은 연이은 조기 탈락이다. 김원진은 8강에서, 안창림 김잔디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올림픽에서 톱시드를 받기 위해 세계랭킹 상승에 집중한 전략은 결국 한국 유도의 발목을 잡았다. 실전 경쟁력보다 랭킹포인트에 집중하면 순위를 올릴 수 있지만 기술이나 약점을 상대에게 더 많이 노출할 수밖에 없다. 16강에서 기술이 좋은 안창림의 손을 뿌리치면서 절반승을 따낸 벨기에의 디르크 반 티츨레가 대표적이다. 한국 유도가 상대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