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代 가장 방에서 숨져 냄새 진동하는데 가족 5명 한 달간 몰랐다

입력 2016-08-10 18:44
가족 5명과 함께 살던 집에서 60대 남성이 숨진 후 장기간 방치돼 있다 발견됐다. 가족들은 시신이 심하게 부패될 때까지도 숨진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무관심했다.

10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6시20분쯤 부산 다대동 한 단독주택 1층 안방에서 이모(65)씨가 숨진 채 장기간 방치돼 있는 것을 이씨의 부인(61)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시신 부패 상태로 미뤄 이씨가 한 달여 전에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이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방에선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했고 방 안은 가재도구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이씨는 옆으로 누워 베개를 베고 자는 모습이었고 외상 등은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와 가족들은 같은 연립주택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현관 출입문으로 드나들었다. 이씨와 아들은 방 2개가 딸린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부인과 30대, 40대 딸들은 내부 연결 통로가 없는 다른 방 2개에서 지냈다.

부인과 두 딸은 몇 년 전부터 이씨의 술버릇 등을 문제 삼으며 집안에서도 접촉을 꺼려 온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이들은 끼니때가 되면 식사를 이씨의 방문 앞에 가져다 놓았다. 가족들은 이씨가 최근 “밥을 안 먹고 126세까지 사는 공부를 하겠다. 도를 닦겠다”고 말하며 식음을 전폐하는 이상 행동을 보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가 최근 식사를 거부했다는 가족들의 진술에 따라 일단 타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타살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이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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