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부흥의 뿌리, 영국교회를 가다] 리버스 선교사들, 위기의 영국교회 살린다

입력 2016-08-10 20:30
자메이카 출신 프랭클린 스몰 목사가 영국 킹스스탠리침례교회에서 열정적으로 설교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웨일즈 겐드로스교회 양은직(사진 왼쪽) 선교사가 중국 유학생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양은직 선교사 제공
영국 잉글랜드의 글로스터셔의 킹스스탠리라는 작은 마을에는 남미 자메이카에서 온 흑인 목회자 프랭클린 스몰 목사가 활동 중이다. 그는 마을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한다. 주일에는 킹스스탠리침례교회에서 자메이칸 스타일로 열정적 설교를 행한다. 이 교회는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침례교회로 2012년까지 노인 성도 10여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스몰 목사가 오면서 활기를 찾았고 청·장년층 신자들도 교회에 나오면서 폐쇄 위기를 넘겼다.

스몰 목사가 이 마을에 선교사로 오게 된 것은 자메이카교회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였다. 킹스스탠리는 자메이카에 복음을 전했던 영국 선교사 토마스 버쉘의 고향이었다. 버쉘 선교사는 1824년부터 1846년까지 22년간 자메이카 몬테고베이에서 복음을 전했다. 그는 노예제 폐지에도 앞장섰던 인물이다. 당시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시대로 식민지 확장과 함께 수많은 선교사들이 전 세계로 파송됐다. 스몰 목사는 자신의 영적 기원을 추적하다 버쉘 선교사를 알게 됐고, 버쉘 선교사를 배출한 영국의 교회가 쇠락해가는 것을 알고 ‘영국 선교’를 위해 오게 된 것이다.

스몰 목사의 사례처럼 과거 영국의 피선교지 출신 선교사들이 위기에 처한 영국 기독교를 구하기 위해 역으로(reverse) 선교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들 ‘리버스 선교사’는 죽어가는 영국교회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영국 이민자 교회에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 내 아프리카와 인도 교회에서 두드러진다.

미국 크리스채너티투데이는 최근 ‘예수는 런던에 살아있다’는 제목의 한 면짜리 사진 기사를 내보내고 “영국 기독교는 ‘장례식장 종교’로 치부돼왔으나 지금은 다시 ‘예배당 종교’로 회귀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 성공회 교회 한 개가 문을 닫을 때 아프리카 오순절 이민교회는 세 개 이상 증가했다”는 ‘더 타임즈’의 보도를 인용했다.

리버스 미션은 흔히 한국교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유럽 재복음화’ 개념과 비슷하다. 다만 ‘영국 재복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00∼200년 전 영국 선교사들이 뿌린 복음의 씨앗이 영국교회를 되살리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한인 선교사들도 리버스 미션에 참여하고 있다.

웨일즈의 하노버교회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1866년, 평양 대동강변에서 쪽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저메인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로, 지금은 한인 선교사인 유재연(57) 목사가 담임을 맡고 있다. 지난달 31일 교회에서 만난 유 목사는 “주일예배만 드리던 교회가 새벽예배와 수요예배도 드리게 됐다”며 “한국교회의 단기 선교팀과도 협력해 지역복음화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버교회 신자들은 대부분 70세 이상 노인들이다. 최근엔 집시 청년들도 나오면서 분위기도 새로워지고 있다.

같은 웨일즈의 영국교회인 겐드로스교회 양은직(49) 선교사도 넓은 의미에서 리버스 선교를 하고 있다. 양 선교사는 2년 전부터 스완지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들과 교제하며 복음을 전한다. 그는 중국 학생들을 위해 주일마다 식사를 제공했고, 자동차로 일일이 픽업해 교회로 데려왔다. 이 사역에는 한국 유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겐드로스교회 영국인 신자들은 증가하는 중국인과 한국인 유학생을 돕기에 나섰고 지금은 10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모이는 다민족 교회로 변신했다. 양 선교사는 “그동안 세례를 받은 중국 유학생들이 여럿 된다”며 “유학생 사역은 영국교회를 깨우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도 유럽에 교회를 개척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영국의 호프괜드레이스교회, 파일교회 등 6개 교회 개척에 협력했으며 핀란드의 헬싱키유나이티드커뮤니티교회, 이탈리아의 브레치아교회 개척에 힘썼다. 스페인 말라가 지역에도 교회 개척을 준비중이다.

웨일즈=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